천사 두레의 말씀

by 두레네집 posted Jul 25,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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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생일날입니다.
저녁때 일터에서 돌아오니 온 가족이 케잌과 저녁상을 차려놓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레는 자기 용돈으로 케잌을 샀으니 과다지출인 셈이고
요리 솜씨가 뛰어난 두레는 식빵 피자를 만들었습니다.
아내는 내가 좋아하는 것만 골라 상을 차려주었습니다.
두레와 이레는 생일 축하송을 부르고
두레가 앵콜곡으로는 거룩한 찬송을 불러주었는데
제목이 ‘옳은 길 따르라 의의 길’이어서 듣는 내가 매우 부담스럽다고 막 웃었습니다.
두레의 노래는 코메디 프로의 버퍼링과 비슷합니다.

옳은 길 따르라 의의 길 - 엄마 어디까지 불러요 - 세계 만민이 의의 길 - 아 창피해 그만 할래요 - 이 길 따라서 살 길을 - 그러엄 일절만 한다아 - 온 세계에 전하세 만 백성이 나갈 길 - 엄마도 같이해요 - 어둔 밤 지나서 동 튼다 - 아빠 쪼금 있다 우리 켁(케이크) 먹지요 - 환한 빛 보아라 저 빛 - 이레야 넌 왜 과자 먹어 - 주 예수의 나라 이땅에 곧 오겠네 오겠네(이레가 과자를 먹으니 다급해서 두 소절을 한번에 랩처럼 불러버립니다) - 나도 먹을래요.
“엄마가 기도하고 먹자”는 말로 겨우 진정을 시킵니다.(빅 - 쇼  - 끝)

아내가 촛불을 꽂아 두었는데 내 나이 수대로 48개가 아닌 한 개였습니다.
죽었다 다시 살아났다는 의미를 더 가치 있는 것으로 여긴 것입니다.
저도 그 뜻이 더욱 귀하게 여겨졌습니다.
아내는 살아주어서 고맙다고 했습니다.
처음에는 내가 20여년 같이 결혼 생활을 해준 게 고마운 것인가? 하고
남자의 흔한 자기 도취에 빠진 착각을 했는데, 하는 말을 잘 들어보니
지난해 병으로 안죽고 지금 살아있어서 좋다는 의미였습니다.

순간 썰렁해지고 갑자기 눈물이 마구 쏟아져 나왔습니다.
어쩌면 오늘 이 생일상이 제사상이었을지도 모를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랬다면 지금 우리 가족의 참담한 심정이 어떠했을지 충분히 느껴졌던 것입니다.
이레가 막 울다가 웃다가 하며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지난해 서너 달 엄마 아빠도 없이 지낸 이야기를 합니다.
영문도 모르고 중국에서 사경을 헤매던 아빠가 보고 싶다고 울던 두레오빠를 달래며 보낸 이야기였습니다. 큰 덩치의 두레가 애기처럼 엉엉 울었다는 것입니다.

먹을거리가 많아 한참 신나서 들떠있던 두레가
눈물 흘리는 식구들 틈에서 이게 웬 상황인지 헷갈리는지 이리저리 눈치를 봅니다.

맞아 난 지금 살아있지!
자연적으로 보면 죽어야만 마땅한 내가 살아있는 것입니다.
내가 태어날 때 죽을 때까지 같이 가야만 하는 내 장기의 일부를 버리고도
나는 지금 살아있는 것입니다.
생태적 해석을 중시하는 양명학 관점으로 보더라도 천륜을 어기고도 살아있는 것입니다.

순리를 어기고 하늘을 움직이는 기도로 내가 살아있다면
나는 자연을 거스리는 또 다른 댓가를 지불해야만 하는 사람인 것입니다.
저는 저를 위해 기도한 많은 사람들에게 빚진 자인 것입니다.
내 생명이 누구 손에 있겠습니까?
저절로, 다시 살리신 분의 바람대로 살아야 내가 맘 편한 사람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저처럼 영혼이 죽어가는 사람을 안타까이 여겨
애 끓는 기도로 되갚아야만 하는 빚진 자인 것입니다.

잊지 말도록 천사 두레를 보내주어서 옳은 길을 따르라고 말씀하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