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나마 찾아온 두레의 스트레스

by 두레네집 posted Apr 28,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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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금요일인가, 토요일 아침부터 두레는 아프다며
학교에 안간다고 늦게까지 버티다가 할 수 없이 학교에 갔습니다.
이제까지 그런일이 없었기에
우리는 두레가 이제는 온전히 일주일을 걸어오다보니
날씨도 더워지고해서 걷기도 힘들고하니 꾀병을 내나보다 생각했습니다.
하긴 마을 사람들로부터 두레가 간간이 길가에 앉아
쉬고 있는 모습들을 봤다는 말을 듣고 있었거든요.
모두들 두레가 운동삼아 걷는 것으로 알고 있기에 안쓰러워 보여도 애써 지나친다고 하십니다.
그렇기에 그간 너무 지친것은 아닌지 걱정도 해보았지만
밥만 뚝딱 먹고 나면 다시 멀쩡한 천하장사가 되기 때문에 그냥 무시하곤 했었지요.
그런데 이번 일요일이 되서부터 틈만 나서 저랑 얼굴이 마주치기만 하면

"나  시험 안 볼래요..., 안 보면 친구들 못만나요?
나 아퍼서 학교에 못가요. 안갈래요"

를 말하며 마치 세뇌를 시키듯이(??) 말하곤 했습니다.
그러더니 저녁이 될수록 낼 영어 단어시험 안본다는 말의 빈도가 더해지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두레 안 아프잖아 머리 만져보니까 열도 없는데 뭘 그래,
그리고 학교 안가면 친구들이랑 선생님들이랑 두레 보고 싶어하잖아"
하며 두레의 작전을 가로 막아냈습니다,
그랬더니 두레는,

"나 이제 싫어. 누구누구 선생님도 싫고 누구누구 선생님도 싫고....
친구 누구도 싫고, 또 누구도 싫어."

하는 것이었습니다.
엥? 이 무신 소리? 평소에 그렇게 좋아하는 선생님들인데,
그 선생님들 이름만 들어도 좋아서 웃는 녀석인데.
다시금 살살 돌려서 정말 누구누구 선생님 싫어? 하니 "좋아" 하는 것입니다.

헷갈렸지만 그러다 말겠지 하고 그냥 넘겼습니다.
그날 밤 녀석은 오늘 나 8시 30분에 잘래요. 하길래 그래 했더니
정말 8시 30분이 되자 자는 것이었습니다.
어 웬일이지?.....
평소 같으면 늦게까지 종이오리기를 하며 쓰레기를 한상자나 만들 시간인데...
굉장한 고민에 사로잡혀 모든걸 팽개 친 학생같아보였습니다.


월요일 아침이 되었습니다.
녀석은 7시 전부터 깨더니 두레는 머리가 아파서 학교 못가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걸 안 아프니까 그냥 가라고 하면서 억지로 보냈습니다.
그러면서 영어 시험이 부담이 되나보다 생각했습니다.
하루내 두레가 오늘 어떻게 시험을 보려나 생각은 되어졌지요.
저녁이 되어 두레가 오는데 발걸음이 가벼워 보였습니다.
그래서 두레 오늘 시험 잘봤어? 하니
"네 잘 봤어요."
그래에? 몇점 맞았어?
"빵점이요".
후후훗, 그래 잘했다.
그러더니 어제는 발휘되지 않던 왕성한 식욕으로 이것저것을 마구 먹습니다.
걸어와서 배도 고프고 시험도 끝났겠다, 먹고싶은 것도 많았겠지요.
어쩐지 집에 들어서며 씩씩한 목소리로 정중하게
"학교 다녀왔습니다" 라고 말하길래 아 오늘 저 녀석이 되게 정중하네 했더니
마음이 홀가분해서 그런가보다 이해가 갔습니다.
저녁을 먹으며 콧소리도 들렸습니다.
영어 단어 시험이 엄청 부담이 되었었나보다 생각되어지더군요.
밤에 아빠가 두레에게 엄마와 같은 질문을 던지니 아 시험 잘봤다고
당당하게 말하네요. 그 대답에 약간의 기대를 가진 두레아빠가
"그래애. 두레 시험 잘봤어.? 잘 했어. 그런데 몇 점 받았어? "빵점이요."
아주 씩씩한 두레의 대답에 그러면 그렇지 하는 표정으로 웃더군요.
그런데......

학교에서 늦게온 이레가 들어서면서부터 오빠를 부르며 막 웃습니다.
그러더니 엄마 오늘 우리 오빠 영어시험에 컨닝하다 걸렸대. 에엥?
무슨 컨닝. 그리고 어떻게? 하고 물으며 두레가 다른 친구들의 시험지를 보고
쓰는 모습이 상상으로 그려져서 웃었습니다.
예전의 남양만 교회에서 여름 성경학교를 하는데 프로그램중에 "도전 골든벨"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평소에 좋아하는 아이(두레보다 많이 어렸지만 똑똑했지요.)옆에 앉은 두레가
3회전까지인가 올라갔다는 것이었습니다.
모든 선생님들과 친구들도 그 이변에 놀랐는데 1회전이 끝나자 두레옆의 동생이 손을 들고
항의하더랍니다.
"선생님. 두레 형이 제 답 보고 똑같이 써요. 두레형 좀 저리 앉으라고 해주세요."
그래서 선생님들이 두레야, 그러면 안돼 하면서도 두레가 애쓰는 모습이 재미있고
기특해 그냥 놔뒀는데 하도 두레가 베끼니까 거기에 신경쓰다가 그 동생이
3회전에서 탈락하니까 두레도 덩달아 3회전에서 탈락했던 사건이 생각났습니다.
한 놈은 답을 가리고 한 놈은 어떻게든 보려고 애쓰는 모습이 얼마나 웃기던지
그 여름성경학교 끝날때까지 그리고 끝나고 한동안도 두레의 그 모습이 화제가
되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문득 그 모습이 상상되어져서 자기가 급하니까 요번에도 그랬나보다,
이 버릇을 어떻게 고치나 생각하는데
"엄마 글쎄, 영어 책을 꺼내놓고 쓰다가 선생님이 두레 이놈 하면서 걸려서 혼났대요."
!!!!!!!!!!!!
이건 정말 간이 큰 놈이다.
우리는 그 소리에 얼마나 웃었는지.
두레네 반 아이들도 시험보다가 자지러지고, 그날 화제가 됐다고 합니다.
아마도 우리 생각에 개교이래 이런 학상은 처음일것같은데
선생님들께서도 많이 웃으셨겠지요.^^

두레가 지난 가을과 학기초에는 축구부가 하고 싶어서 집에만 오면 두레도 축구부라며
한동안은 반팔 티셔츠위에 다가 집에있는 나시 티를 겹쳐입어 마치 축구복처럼 만들어 입고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는지 보는 저희도 감탄했습니다. 정말 축구복처럼 그럴듯했거든요.)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기도 했었던 모습이 생각났습니다.
그런 다음에는 학교에서 역도부를 봤는지 아빠한테 역도 사달라고 조르더니
상자로 역도 비슷하게 만들더니 두레 역도라고
"엄마, 봐봐. 두레 역도해요"
했던 모습도 생각났습니다.
일주일전에는 아침에
"엄마. 두레도 독우감 가져가야돼요" 하길래
"두레야,독우감이 아니라 독후감이야. 그리고 두레는 그냥가도돼"
하면서 두레가 전보다 더 사물이나 샹황에 관심이 많아졌고 상황에 맞는
표현력도 정확해져가고 있다고 느끼고는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주전 토요일에는 한 동네에 가는 두레 친구들 두명이 놀러왔었습니다.
예전에 없던 일이라 저희도 고마웠고 두레도 처음있는 일이라 놀라웠지만
학교에서 늘 보던 친구들이 토요일 오후에 자기한데 놀러왔다는 사실이
두레의 경험창고에는 아마도 처음으로 정확하게 새겨졌을 사건이었습니다.
두레가 얼마나 좋아하는지 친구들에게 사발면을 끓여주라고했더니
스스로 물을 끓여서 먹으라고 주고, 너무 먹어 허락 사항인 좋아하는 만두를
허락도 없이 자신있게 후라이팬에 구어주는데 신이났습니다.
얼굴 가득히 좋아서 흥분한 모습이었습니다,
보통의 아이들에게는 일상적인 일이지만 두레에게는 정말 특별한 일이었지요.
언제나 사건의 비하인드 스토리는 이레편에 듣는데 어제 언니오빠들한데 들으니
집에 놀러온 오빠들이 친구들에게 얘기했던 모양입니다,
두레네 집에 가니 두레가 사발면도 끓여주고 만두도 튀겨줬는데 만두는 덜익었더라고....

아이들과 같아지고 싶은 두레의 노력이 우리에게는 웃음이지만
두레에게는 마음의 부담으로 오면서 아마도 두레도 생각하는 시기가 시작 되었나봅니다.
정상이면 초등학교 입학때에 진행되었어야 할 발달상황인데...
이 사건에 대한 두레아빠의 해석은
"두레가 이제 난 왜이럴까? 라는 고민이 시작되었나보다.
그러면서 성장하는 거지. 두레가 책을 보고 쓰고서라도 아이들처럼 답을 쓰고
싶어했다는 것은 아주 좋은 현상이라구."

밤에 자면서 이레에게 물었습니다.
"이레야, 오빠가 장애아라서 학교에서 스트레스받니?"
"아니, 오빠가 스탄데 왜 스트레스받어. 난 스타의 동생인데. 아니 안받어"
이레의 대답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