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레와 총총이의 죽음

by 두레네집 posted Feb 06,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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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 가지 끝에 꽃순이 잔뜩 부풀어오르는 걸 보니 이젠 봄이 오려나 봅니다.
올 겨울 가장 추웠던 날 아침에 일어나 보니
제일 연약했던 강아지가 얼어죽었습니다.
총총이는 사람을 두려워해 늘 집안 구석에 있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개인데,
성격도 이상해 밥 주는 제 주인도 몰라보는 사실 미운털 박힌 놈이었지요.
아이들이 놀랠까 싶어 얼른 죽은 강아지를 고로쇠나무 밑에 묻으며
맛있는것도 못주면서 정도 받지 못한 못난 주인 만난 녀석에게 미안해했습니다.
어디 가서 털 달린 개 얼려 죽였다는 말도 못하고
그 녀석 잘키우라고 주신 교회 목사님 얼굴을 못보겠더라구요.
어느날 두레가 "총총이 어디 갔어" 묻길레
"하늘로 올라갔어, 죽었거든" 그렇게 대답했습니다.
죽음, 그리고 하늘에 갔다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 두레가 알 수 있으려나 싶었는데,
재차 "그럼 다음에 와?" 하길레 간략히 "이제는 안와" 그러자 "못 봐?"하고
연속해서 궁금증을 보이더니 곧, 혼자 소리로
"총총인 하늘에 갔서어- 이젠 와, 아니 못봐, 하늘에 갔서어-" 만 자꾸 되풀이합니다.
그리고 보니 두레는 학교 급식 때에 받은 우유를 안먹고 꼭 가져왔습니다.
나는 사람 먹을 수 있는 멀쩡한 것을 개 주면 아깝다고 했지만
두레는 개들에게 나눠 주었지요.
그 점에 있어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은 나보다 나은가 봅니다.
가끔 작대기로 똑똑이를 건드리지만 그건 나름대로의 놀이였을 겁니다.

두레가 죽는다는 말을 쓴 것은 학교 다니면서부터이지요.
아이들한테서 배워왔을 겁니다. 툭하면 주먹을 쥐고는 "너 주글레"했지만
진짜 죽는다는 의미가 무엇인지는 알지 못하는 것 같았습니다.
죽음을 의식하는 인간은 진정 살아 깨어있는 인간이라는 말이 있는데
우리는 살아 있는 상태이지만 무의미한 일상의 반복에 젖어있을 따름입니다.
제대로 진지하게 죽음을 염두에 두고 살아가는 사람이 되어야하는데...
그런 차원에서 저는 두레가 깨어나는 사람이 되기를 원하지만
저 깊은 잠에서 깨어날 수 있을는지 늘 답답해 여기고 있습니다.

그런데,
하루는 느티나무 위를 기어 오르는 두레에게 "위험해 떨어지면 죽어"그랬더니
또 총총이 이야기를 묻습니다. "총총이 어디 갔어, 하늘에 갔서어-이젠 와, 아니 못봐..."
한차례 또 자기 문답을 되풀이하고는 느티나무 오르기를 계속하더군요.
그렇게 두레는 죽는다는 것과 하늘에 간다는 의미를 나름대로 연결하는 것 같습니다.
한 발 한발 디디어 느티나무에 오르듯
두레는 나름대로의 삶의 나무에 올라가는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