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레스 델 파이네(Torres del Paine) 셋째날.

by 야생마 posted Oct 04,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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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니 계곡의 물소리가 잔잔하다.
밤새 비가 내리지 않은듯하다.
추워서 텐트안에서 라면과 통조림, 야채등을 넣어 아침을 먹는다.

프랑스인 마타가 텐트입구에 밤새 쌀을 가져다 놓았다.
뒷쪽 멀찍이 이제 막 일어난 마타가 보인다.
손을 흔들어 아침인사를 한다. 쌀 진짜 너무 고맙다.
푸에르토나탈레스의 호스텔에 깜박하고 놓고 왔는데...
랜턴도 잃어버렸는지 밤을 포기했는데 양초도 두개 준다.
아이고 이 신세를 어찌하나...

마타는 나보다 하루 짧은 일정이라 여기서 작별을 해야한다.
인연도 깊지. 마젤란해협을 건너는 배에서 우슈아이아 국립공원에서
비글해협 탐사에서도 또 여기서 우연히 같은날 같은코스로 출발하며
만나게 되었으니...전생에 인연이 꽤 깊었나보다.

작별인사를 하고  구름이 뒤덮힌 산으로 오른다.
계곡 상류쪽에 왕고드름이 열려있다. 물맛은 기가 막히다.
물 마시러 안데스 트레킹 한다고 해도 수긍이 갈 정도이다.
한걸음 걸으며 한모금씩 마신듯 엄청나게 마셨다.

Blintanico 캠프는 겨울엔 철수를 하고 완전 고립되었다.
구름이 지나간 후에 설산은 여러가지 물줄기를 만들어낸다.
정말 넋을 잃었다. 자연의 모습은 정말 신비로운 감동을 많이 준다.

세석의 평원과 제석봉의 고사목들과 인사하라.
이곳이 가장 지리산의 세석과 제석봉 고사목지대와 닮았다.
그 오래전부터 이미 나에게 이 날을 암시해 줬는지도 모를일이다.
그래서 더욱 더 그립고 사랑스럽다. 나의 지리산이여......

다시 돌아와 패킹을 하고 호수를 돌아 평원에선 길을 버리고 가로지르다
얕은 늪지대를 만나 등산화를 젖게 하고 원래 계획했던 Pehoe 선착장과
레푸지오가 있는 캠프장을 다음날 시간적 여유를 위해 지나쳐 버리고
다음 무료캠프장까지 가려고 했는데...

체력은 바닥나고 배는 고프고 날은 어두워지고 바람은 거세지고...
유빙들이 떠있는 어느 전망좋은 곳 아래 바람을 피해
임시마굿간을 만들어 세번째 밤을 맞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