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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은 풀려도 쐐기는 박혀있다(얼음쐐기골)



지리산에 얼음과 관련된 골짜기는 여러군데가 있다.

이름 자체에서 느껴지듯 얼음과 관련된 지명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왜냐하면 그 곳 모두가 지리산 주능을 기준으로 북쪽, 즉 남원지역인 반야봉 기슭과 명선봉 기슭, 그리고 함양 지역인 두류봉 뒤쪽에 있기 때문이다.

굳이 이유를 설명할 필요도 없이 해발이 높고, 일조량이 적은 협곡에 위치하여 겨우내 얼었던 얼음이 늦게까지 남아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그중 가장 원시적인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 명선봉에서 발원하는 이 골짜기 아닌가 한다.

두류봉과 상내봉(또는 향로봉)사이에 있는 어름터는 석빙고 역할을 하였다는 구형왕의 전설과 혼재되어 있는데다가 허공달골1)이라는 지명이 있다.

뿐만아니라 골짜기가 비교적 넓어 품개동(풍개동)과 두류암이 있있고, 사태지역인 두류봉을 다이렉트로 치고 오르지 않는다면 쑥밭재나 청이당으로 오르는 길이 확연히 나있다.



반야봉에 기대고 있는 얼음골(일명 봉산골) 또한 심마니지능에서 갈라진 투구봉 삼거리를 지나면서부터 인적이 적어지고 상부에는 거의 직벽 수준의 등로가 아슬아슬 걸려있는 곳도 있지만 고로쇠와 산나물채취꾼들의 발길로나마 여린 흔적이 남아있다.

그러나 명선봉 능선에 걸려있는 이 계곡은 앞에서 말한 두 계곡보다 규모는 작지만 상부에는 너덜강과 잡목으로 뒤덮여 좀처럼 길을 내어주지 않는다.

그나마 그 고생의 위안을 주는 것은 수준있는 폭포가 멋들어진 자태로 걸려있다는 것이다.




반선에서 뱀사골을 부지런히 두 시간을 걸어 오르면 이끼폭포를 오르는 지계곡이 나온다. 일명 마천함박골이라 부르는데 이 계곡을 가로질러 철다리가 하나 놓여있다.

얼음골(일명 얼음쐐기골)은 여기서 뱀사골 본류를 건너 좌측으로 흘러내리는 지계곡이다.

주등산로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뱀사골 계곡을 내려서면 명선봉 방향에서 조그만 물줄기 하나가 흘러 내려온다.



얼름골 입구엔 조그마한 폭포가 하나 걸쳐있다.

이견이 있기는 하지만 일명 단심폭포이다.

지리산과 빨치산은 땔래야 땔 수 없는 불과분의 관계지만 기약도 없이 추위와 배고픔에 허덕이던 그들에게 정신적인 무장을 위해 김일성에게 일편단심 충성을 맹세했다는 폭포이니 근세에 이름 지어진 특정 부류의 사람들에게 해당되는 의미 없는 명칭일지도 모르지만,

그런 한편 이제는 그 이름마저도 잊혀져야할 존재라는 것이 서글프다. 이 부근에 빨치산 전북유격대사령부가 있었다.



전북도당 사령부가 있었던 골짜기, 초소를 지어 초병들이 경계를 서고 있던 입구, 어린 생각이지만 그 골짜기를 들어서며 입구에 버티고 서있는 저 폭포를 보고 일편단심을 맹세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뱀사골에서 만나는 얼음쐐기골 입구. 여린 폭포 하나가 산객을 맞고 있다.





이 폭포를 좌측으로 우회하면 전혀 어울리지 않게 크고 넓은 길이 나온다.

한때 화전이라도 일구지 않았나하는 의구심을 가질 수도 있지만 뱀사골계곡에 걸려있는 명칭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것은 아니다.

일제시대부터 자행해 오던 임목의 수탈이 그 주범이며, 해방 이후에도 도벌과 남획이 극에 달했던 흔적이다.



이런 연유로 아직도 뱀사골에는 일차, 이차, 삼차, 막차 같은 지명이 존재한다.

이런 흔적은 여기뿐만이 아니다. 와운능에 기대고 있는 도장골이나 명선봉에 기대고 있는 산태골에도 이러한 길 흔적은 있다.

뿐만아니라 마천함박골에 못다 깎고 쌓아둔 목기용 나무 잔해와 폭포수골에 널려있던 침목의 흔적들도 다 수탈과 도벌의 잔해들이다.

그 수탈이 얼마나 용의주도했는지 베어진 나무들의 운반을 위해서 지리산 골짜기엔 임시로 물을 가두어 장마기에 함께 흘려보낼 도벌댐들이 있었다.

모두 지리산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물론 이 지역은 일제강점기에 동경제국대학연습림이었다.



널찍한 길은 시간이 가면서 점점 좁아진다.

그간 관리가 전혀 없었던 탓에 계곡을 건너는 부분에서는 흔적이 아주 없는 듯 보인다.

건너면 다시 나타나는 길을 갑자기 없어진 길 흔적에 당황하며 고집스럽게 한쪽방향을 고집하면 고생이 더하다.

하긴 이 정도의 계곡은 위험구간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계곡사이를 비집고 훑어 나가도 크게 무리는 없다. 계곡은 비교적 평온한 편이다.



그렇게 한 시간정도를 오르면 커다란 벽 하나가 가로막고 있다.

내 생각엔 이 계곡을 대표하는 폭포이자 얼음쐐기골이라는 명칭을 얻게 해 준 폭포이다.

먼 경치로 언 듯 보기에는 평범한 듯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가보면 한 줄기 큰물줄기가 중단에서 세 갈래로 나뉘어 흘러내려 단정한 여인내의 치마폭을 연상시킨다.

그 모습이 겨울이라면 더욱 확연하다. 넉넉한 한복을 입고 흰색 앞치마를 두른 듯한 모습이...




얼음쐐기골을 대표하는 폭포. 겨울에 얼어붙은 모습을 보아야 얼음쐐기골의 내력을 짐작할 수 있다.




이 계곡 명칭이 오뉴월에도 얼음이 남아있어 그리 부른다하나 지리산 북사면에 있는 계곡치고 그런 모습을 하지 않은 계곡이 몇이나 될까 생각하니 너무 싱거운 답인 듯하다.

‘쐐기“란 어떤 물건의 틈새에 박아서 움직이지 못하게 하거나 벌어지게 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작은 조각의 일종이다.

이 폭포는 지리산 주능을 경계로 북향바지에 있는데다가 협곡 속에 숨어 있어 늦은 봄까지 얼음기둥을 매달고 있다.

새순이 돋아나기 전 저렇게 큰 하얀 기둥이 벽에 그대로 매달려 있으니 반야봉 방향에서는 어디서나 관측이 가능하다.

아마도 멀리서도 바라보이는 얼음기둥이 이 계곡 속에 숨겨진 못다한 예기들을 틀어막고 있는 쐐기처럼 보였을지도 모를 일이다.

아직도 갈등의 골이 너무 깊어 서로의 한을 풀어내기엔 걷어내야할 앙금이 너무 많기 때문에...



문득 묘향대 호림스님의 얼음기둥에 대한 말씀이 생각난다.

오래전에 비행기가 추락했다는 소문을 들었는데 그 비행기의 잔해가 아닌가 했었단다.

하지만 비행기 추락의 실체는 그 어느 기록에서도 찾아 볼 수가 없다.



(계속)



- 구름모자 -




주1) 허공다리골로도 불리고 있으나 광점동 사람들의 확인에 의하면 허공달골이 맞다 한다. 내 기억에 90년대 초 “월간 산”지에서 기획취재를 할 당시 모 기자가 마을 어르신에게서 채록하여 옮기는 과정에서 “허공다리골”이라고 발표된 것이 지금까지 불려진 것이다.



  • ?
    선경 2010.08.26 22:36
    얼음쐐기골의 이야기를 폭포와함께 보여주신
    자상하신 산행기속으로 저도 모르게 빠져드네요
    구름모자님 감사드려요~~~
    계속편을 기다려봅니다^^*
  • ?
    moveon 2010.08.30 11:59
    시간내어 차분히 일거 보려고 미루다 미루다 오늘 다시 들어와 봅니다. 내력이 깊어 더욱 신비하게 여겨지는 이야기들과 아름다운 폭포의 모습에 감동입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다음이야기 무지 기다려 집니다. 선경님과 함께요!!!!!!
  • ?
    끼득이 2010.09.13 17:37
    얼음쐐기골 위의 빨간옷 입으신 분은 누구신지요?^^
    다음편 기대됩니다.
    '허공달골' 허공에 달이 떠있는 골짜기란 뜻으로 이름을 지은 것인지요?
  • ?
    구름모자 2010.09.16 19:06
    끼득이님 다시 뵙네요
    허공달골은 그런의미가 맞습니다
    허공에 달이 걸려있는 골짜기라는...

    지난번 행사 그림은 잘 보앗습니다
    개인적으로 외국으로 시집간 산악회 후배가 그즈음에 국내에 들어왔었는데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여의치 않았습니다.

    한이와 한빛이 씩씩하고 곱게 잘 자라고 있죠
    사진으로만 봐도 너무 사람스럽고 예쁩니다
    더 커버릴가 샘이 나기도 하고요
    한이는 조금 더 있으면 코밑에 여린 수염이 돋겠죠
    상상은돼도 모습은 그려지질 않습니다
    끼득이님 덕분에 어려서부터 지금까지의 모습이 뇌리에 박혀서...

    moveon님
    어머님때문에 고생이 많으시죠
    본인도 모친이 병환중이라 심정은 압니다
    자주자주 오시고 모습도 보여주세요
    moveon님 없으면 방이 썰렁해요
    저라도 조잘거렸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는 성미라서...

    기회봐서 한번 더 찾아 뵙겠습니다.
  • ?
    moveon 2010.09.19 19:29
    자주 뵙지 못해도 귀한 글 올려 주실때 마다 감동받습니다.
    어머님 바라보시는 마음도 깊이 이해 됩니다. 건강하게
    오래 오래 이곳을 빛내 주세요. .
  • ?
    끼득이 2010.09.30 09:21
    글게요.
    어머님 땜에 바쁘신 진원님이신데
    자주 모습을 보이시라는 건 무리한 부탁인데도...
    저 또한 조잘조잘(!)을 못하는 쑥맥과라서 말입니다.^^

    구름모자님.
    가을 과일이 풍성하지는 않지만
    지금 밤줍기 절정인 철입니다.
    시간되시면 산행후 잠시 들르시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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