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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지리마당>최화수의 지리산산책

최화수 프로필 [최화수 작가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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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요즘 지리산 유평계곡에 걸려 있는 교량의 모습이다. 지난 1980년대 초반의 나무다리와는 너무나 다른 그림이다. 지리산의 시설물들이 지난 20~30년 동안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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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10월9일 한글날, 때마침 연휴를 맞게 되어 우리 산악회는 1박2일 일정으로 노고단과 조계산 산행에 나섰다. 하지만 우리는 첫날 노고단 산행에서 조난을 당했는데, 필자의 에세이집 <달 따러 가자>(1986년 도서출판 국제)에는 그 전말을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     ☓     ☓

부산에서 아침에 출발한 우리 일행은 화엄사의 여관에 여장을 풀고 점심밥까지 지어먹은 뒤 사찰 경내의 국보인 각황전과 석등, 4사자3층석탑 등을 둘러보고 난 뒤에야 진하게 물든 단풍이 온통 불타오르는 계곡을 따라 산행을 시작했다.

1506m의 노고단에 닿고 보니 이미 석양 무렵이었다. 우리 일행 40명 가운데 노고단에 오른 시각이 너무 늦었다거나 다시 하산하는 문제를 걱정하는 이는 한 사람도 없었다. 노고단에서 보는 불타는 단풍의 지리산 영봉들과 반야낙조의 황홀경에 도취하는 것만도 숨이 가쁠 따름이었다.

손짓을 하는 사람, 사진을 찍는 사람, 노래를 부르는 사람, 풀밭에 드러눕는 사람…제마다 즐거운 탄성과 달콤한 휴식에 젖어들기에 정신이 없었다. 노고단의 황홀한 풍광에 빠져 우리들의 정신은 익사상태에 이른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니까 그 짧은 시간은 어찌 도 그렇게나 빨리 흐르는지….

“이제 그만 내려갑시다. 일몰이 되기 전에 하산을 서둘러야 합니다.”
길 안내를 맡았던 내가 문득 정신을 차리고 이 말을 했을 때는 이미 시간이 늦어 있었다.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들은 척 만 척하는 회원들을 가까스로 이끌고 무너미를 거쳐 코재로 내려서려니 그 눈부시던 금빛 단풍의 산자락도 거뭇거뭇 어둠에 물들기 시작했다.

노고단에서 화엄사까지 3분의 1의 거리도 못 내려온 상태에서 우리는 완전한 어둠에 갇혔다. 그 많은 회원 가운데 누구도 랜턴을 휴대하지 않았다. 나무숲을 뚫고 들어오는 것은 별빛 한 가닥조차 없었다. 눈앞의 한 치도 분간할 수 없는 막막한 상황에서 길바닥의 돌을 차고, 바위에 부딪히고, 나무등걸에 걸리고 하면서 여기저기서 비명만이 자지러지게 터져 나왔다.

          ☓       ☓      ☓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의 이야기처럼 들릴 이 이야기는 그 시절 우리가 얼마나 무모하게 지리산을 찾아 나섰는지를 짐작케 해준다. 우리 산악회는 창립 직후 네 번째 목적지로 노고단을 선택했고, 전문가이드도 없이 '천방지축 산행'을 나섰다가 조난을 당한 것.

1980년대 초반에 들면서 우리나라에도 산행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그 초기에는 산악지식이나 산행정보를 잘 아는 이들이 아주 드물었다. 무턱대고 산행에 나서기가 일쑤였고, 그래서 낭패를 당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지리산은 더구나 무슨 정보를 접하기 어려웠다. 우리에게 지리산은 여전히 멀고도 먼 곳에 자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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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무 2009.03.03 09:10
    봄을 최촉하는 비치곤 꽤나 쌀쌀하기 그지없습니다....
    진달래가 꽃망울을 터뜨릴때쯤엔 꼭 한번 가야겠습니다. 지리산에요 ^^
    이번에는 말입니다....잘다녀오셨는지요 선생님...
    늘 건강하시고 산행길도 조심하시길 바라며 이만 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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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화수 2009.03.03 14:51
    부산에는 비가 내렸지만, 지리산 쪽에는 꽤 많은 눈이 내렸다고 합니다.
    지리산 섬진강변에는 벌써 봄꽃들이 피고 있을 텐데요. 3월의 매화, 산수유에 이어 4월에는 벚꽃축제가 펼쳐지기도 합니다.
    오늘부터 강의가 시작되어 좀 쫓기고 있습니다. 하지만 주말에는 어김없이 산으로 떠납니다. 해무님도 봄꽃과 더불어 좋은 산행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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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무 2009.03.03 17:20
    좋은산 추천 바랍니다. 저는 주말에 하릴없이 바쁘네요 선생님도 강의
    때문에 바쁘시다니 좋습니다....건강 챙기시길 바랄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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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화수 2009.03.04 13:34
    내일(5일)이 경칩(驚蟄)이네요. 우수(雨水) 경칩에는 대동강 얼음도 풀린다고 했지요. 우리나라 산들은 봄 기운을 고로쇠 수액으로 전해주는 것 같기도 합니다. 우수~경칩을 전후한 이 기간에 찾아가볼만한 산으로는 광양 백운산이 으뜸일 듯합니다. 섬진강을 사이에 두고 지리산과 나란히 능선을 흘러내리고 있어 운치가 빼어난 곳입니다. 매화마을도 함께 둘러볼 수 있겠네요.
    '한국의 나폴리' 통영 미륵산도 봄마중하기에 좋은 '나들이' 명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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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무 2009.03.04 16:08
    어느 산인들 좋지 않겠습니까 제가 질문 같지 않은 질문을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ㅎㅎ 바쁘실텐데 ....백운산은 딱 한번 가봤어요
    좋았던 기억은 나지만 ....통영쪽은 한번도 가보질 못했네요 제가..
    한번 가봐야 겠습니다..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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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화수 2009.03.05 16:23
    봄비가 또 부슬부슬 내리는군요.
    겨우 내내 가뭄이 극심, 산야가 메말랐는데, 역시 봄이 좋습니다.
    오는 21일 미륵산을 찾게 됩니다. 문화재단에서 통영 일대 답사를 하게 됩니다. 해무님도 통영의 봄빛을 꼭 한번 지켜보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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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섬호정 2009.03.05 18:46
    반갑습니다 여산선생님의 오랜 산행기!1980년 7월의 화엄사에서 점심때쯤 노고단에 올라 소나기 피하며 밥해먹고 피아골로 어두운 밤에 내려오던 오래전 첫 산행기억으로 숨 조이며 읽습니다 당시 무경험자들이 무모한 첫 산행을 하던일이 아찔하게 느껴지는 추억 저편 임걸령에서 피아골을 택하던 일행들의 즐겁던 목소리가 온갖 기도문을 주문처럼 외이며 하산길 헤매던 일은 잊을 수없는데 옛동료들을 다시 만나는듯 지리산이 정답게 닥아옵니다
    선생님 늘 건안하십시요 대서양변에서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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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화수 2009.03.06 16:41
    섬호정 선생님, 이제 또 새로운 봄을 맞이하게 되는군요.
    미국에도 봄이 찾아들고 있겠지요?
    늘 건강하시고, 때로는 고국에서의 추억들을 되살리면서
    아름다운 시간 엮으시기 바랍니다.
    1980년 7월 노고단~피아골 첫 산행의 추억, 생각할수록
    지리산이 얼마나 정다울 것인지 짐작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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