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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마당>최화수의 지리산산책

최화수 프로필 [최화수 작가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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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해가 저무는군요. 2008년 새해 아침에도 천왕봉에는 일출을 지켜보려는 이들로 '인간 피라미드'를 연출하겠지요. 7년 전인 2001년 1월1일 천왕봉 이야기를 썼던 글을 다시 올려 새해 아침 천왕봉의 모습을 미리 연상해봅니다. 2008년 무자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지난 글 다시 올려 죄송합니다. 해량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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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지리산 주봉 천왕봉. 어둠이 채 걷히지도 않은 꼭두새벽부터 거대한 암봉에는 발 디딜 틈조차 없다.
새해 해돋이를 보려는 사람들이 물밀듯이 몰려들어 암괴 전체가 콩나물시루와 같다. 반반한 자리는 하루 앞날 도착하여 밤을 꼬박 새운 사람들이 차지했다.
가까운 곳에서 야영했거나 캄캄한 밤길을 걸어 올라 조금 늦게 도착한 사람들이 그 나머지 빈틈을 억지로 비집고 메웠다.
천왕봉의 거대한 암봉이 일부러 그렇게 만들기조차 어려운 아주 절묘한 '인간 피라미드'로 돌변한 것이다.

천왕봉의 인간 피라미드는 그 자체가 장관이다. 해발 1,915 미터로 남한 육지에서 가장 높은 곳이다. 하늘과 가장 가까운 까마득히 높은 이 암봉, 그러나 겨울의 현실은 너무나 혹독하다.
사람을 날려보낼 듯한 거센 강풍이 끊임없이 몰아치고, 덩달아 살인적인 강추위가 기승을 부린다. 천왕봉은 모든 것이 일순간에 얼어붙는 무섭고 끔찍한 바위덩어리 괴물이어서 자칫 잘 못하면 숨구멍조차 막힐 수도 있다.
그 척박하고 황량한 곳에 거대한 인간 피라미드가 형성되는 것이 어쩌면 불가사의하다.

누가 그 많은 사람들을 저 높은 천왕봉에 올려보내 밤새도록 혹독한 추위와 맞서 싸우며 인간 피라미드를 쌓게 하는가?
그 엄청난 고통과 희생을 감내하는 강도로 본다면 부모와 자식간의 인륜도, 국가의 법이나 조직의 체제도 능력 밖의 일이 아닌가 한다. 인간적인 정서에 호소하거나 물리적 힘으로 강제해서 될 일이 결코 아니다.
천왕봉의 인간 피라미드는 누가 시키지도 않고, 아무도 강요하지 않는 가운데 저절로 만들어진다.
아니, 이제는 그 누구도 그 피라미드 쌓기를 말릴 수조차 없게 됐다.

천왕봉의 조건이 아무리 극한상황이지만, 인간 피라미드의 일원으로 끼어든 사람은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한 사람처럼 뿌듯한 자부심 이상의 긍지를 갖는다.
그들은 엄청난 고통과 난관을 돌파하고 피라미드에 끼어든 '선택받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실제 천왕봉의 인간 피라미드를 이루고 있는 사람의 수십, 수백 배 더 많은 인파가 등산로와 그 주변에 꼼짝없이 밀려나 있다. 그들 역시 남다른 각오로 온갖 고생을 마다하지 않았지만, 천왕봉을 오르는 길이 앞날 밤부터 막혀버렸으니 속수무책이다.

매년 1월1일 연례행사처럼 천왕봉에 거대한 인간 피라미드를 형성하는 것이 벌써 10년이 넘었다.
새해 첫 해돋이를 천왕봉에서 맞겠다며 벌떼처럼 몰려드는 사람은 줄잡아 1만수천명에 이른다. 하지만 천왕봉의 암괴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는 사람은 고작 기백~1천명 안팎에 불과하다.
나머지 사람들은 천왕봉으로 오르는 여러 방향의 등산로에서 꼼짝달싹도 못 한 채 극심한 정체와 혼란에 시달린다.
산길이 이 지경이니 중산리 백무동 유평리 등 천왕봉 등산구와 연결되는 도로와 마을의 혼잡은 상상을 절한다.

남한 육지에서 가장 높은 곳에서 새해 해돋이를 지켜보고 싶은 것은 누구에게나 간절한 바람이다. 지리산 천왕봉이 어떤 곳인가?
일찍이 노산 이은상은 "보라, 나는 지금 천왕봉 머리에 올랐노라. 구름과 안개를 모조리 다 헤치고 세상에서 가장 높은 자 되어 하늘 위에 올랐노라"고 찬양했다.
천왕 일출은 지리산 8경 가운데 으뜸이다. 동쪽 하늘에 희뿌연 서기(瑞氣)가 서리어 오렌지 빛으로 물들면서 진홍빛 거대한 태양이 눈부신 햇살을 부채살처럼 뻗치며 불쑥 솟아오르니, 정녕 천하의 장관이다.

하지만 천왕봉에 오른다고 아무나 일출을 지켜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3대(三代)에 걸쳐 적선을 해야 그 황홀하고 장엄한 일출을 볼 수 있다고 했다.
2001년 천왕봉에 올라 해돋이 감격을 누린 이들은 남다른 감회와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 올해는 3대 적선한 이들만 천왕봉에 오른 덕분인지 날씨가 쾌청, 모처럼 완벽한 일출이 연출됐다.
새해 첫 햇살이 비치는 순간, 인간 피라미드의 착하고 착한 이들은 한결같이 국태민안을 기원했을 것이다.
그들의 염원대로 이 땅 온 누리에 축복이 넘칠 것을 기대한다.

  • ?
    오 해 봉 2007.12.27 19:00
    1.1일 신년 일출을맞는 천왕봉의 모습이 눈에 선하네요,
    "산길이 이 지경이니 중산리 백무동 유평리 등 천왕봉
    등산구와 연결되는 도로와 마을의 혼잡은 상상을 절한다"
    글을 읽으면서 새해일출의 여러모습들이 떠올라서 흐뭇합니다,
    그많은 사람들이 추위에 떨면서 동쪽하늘을 바라보는 모습은
    이세상 그무엇 보다도 깨끗하고 순수함이 아닐런지요,
    올해는 가볼수 있을런지 궁금하네요,
    여산선생님 건강하세요.
  • ?
    선경 2007.12.29 01:18
    올해도 많은산행인들의 황홀하고 장엄한 새해해돋이의
    기쁨을 기원드립니다~~
    여산선생님께서도 보람된연말되시고요
    새해에도 가정에 행복가득하시고요~~항상 건강하시기를 바랍니다

    오선생님께서도
    새로운빛고을에서의 사업 번창하시고 가정에 기쁨과 건강하시기를
    바랍니다
  • ?
    東窓 2007.12.29 15:32
    천왕봉의 새해 아침 일출을 온몸으로 맞이하기 위해 '인간피라미드'
    연출에 동참하시는 모든 님들과 오브넷 가족들의 소망이 반드시
    이루어지기를 기원합니다.
  • ?
    최화수 2007.12.31 17:11
    오해봉선생님, 선경님과 東窓님!
    2007년보다 더 좋은 2008년 나날이시기를 빌께요.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오해봉님 새로운 사업 소식도 한번씩 전해주세요.
    새해에는 자주 뵐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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