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대나무


		푸릇푸릇한 대나무향 가득한 대롱밥 따뜻한 대나무 대롱을 잡고 그 위를 덮은 창호지를 떼낸다. 밥 위에 뜬 대나무숯을 집어내고 뜨거운 밥을 호호 불어 입 안에 넣으면 푸릇푸릇한 대나무 향기가 콧속까지 스며든다. 지리산 일대에 흔하게 자라는 대나무를 이용한 <대롱밥>은 지리산 청학동을 대표하는 별미음식이다. <대롱밥>의 원리는 시루떡과 비슷하다. 굵은 대나무 한마디에 쌀과 현미, 현미찹쌀, 수수, 조, 콩, 흑향미, 대추 등을 넣고 죽염으로 간을 한다. 그 위에 작은 대나무숯 한 조각을 얹고 입구를 창호지로 봉한 다음, 압력솥에 넣어 1시간 정도 중탕을 한다. "대나무는 전도율이 낮기 때문에 1시간 정도 시간이 필요합니다. 처음에는 죽염 굽듯이 불 속에서 구웠어요. 그런데 대나무를 구우면 초산이 나온다고 해서 물 속에서 중탕을 하는 방법을 개발했죠." 청학동 삼성궁 입구에 있는 동이주막 강대주(49) 대표의 말이다. 한번 쓴 대롱은 다시 안 쓰고 숯 만들어 삼성궁 한풀선사(36·본명 강민주)의 친형이기도 한 그는 이곳 청학동에서 태어난 토박이다. '천년 피난처' 청학동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6·25 직후 '시운기화 유불선동서학합일 대도대명 대경대길유도갱정 교화일심교’라는 긴 이름의 종교단체 사람들이 이 골짜기에 찾아들면서부터다. 그러나 강대주씨 집안은 이들이 들어오기 수백년 전부터 청학동 가는골에 터를 잡고 살아온 터줏대감들이다. 젊은 시절 고향을 떠나 대처를 떠돌던 강 대표는 동생 민주씨의 강력한 권유로 지난 83년 다시 청학동으로 들어왔다. 10년 동안의 칩거 끝에 주막을 차린 그는 지리산 기슭에 흔한 대나무를 이용, <대롱밥> <대나무숯> <죽력>(대나무기름) <죽염> <대롱주> <댓닢냉면> 등 많은 건강상품들을 개발해냈다. 특히 1000℃ 이상의 고온에서 구워낸 <대나무숯>은 쇳소리가 날 만큼 단단해서 <대나무숯 풍경>을 만들 정도다. 원적외선과 음이온이 대량방출되고 각종 잡냄새를 없애주는 능력도 탁월하다. 장식용과 목용용, 취사용, 음료용, 구이용 대나무숯이 있다. 장식용은 침실 화장실 냉장고 옷장 등 생활 전반에 쓸 수 있고 효능은 영구적이다. 목용용이나 취사용 대나무숯은 사용한 숯을 햇볕에 말려 10~20회 정도 사용할 수 있다. 음료용숯을 항아리에 넣어두고 물을 부어 4~5시간 뒤에 마시면 상쾌한 이온수가 된다. 구이용 대나무숯은 보통 숯보다 훨씬 뛰어난 품질을 자랑한다. 가스가 없고 튀지 않으며 불도 아주 오래 간다. 아무리 구워도 고기가 타지 않고 고기 맛을 좋게 하는 원적외선 방출량도 일반 숯보다 훨씬 많다. 동이주막의 <대롱밥>의 향미가 다른 집보다 훨씬 진한 것은 한 번 쓴 대나무통을 다시 쓰지 않고 곧장 <대나무숯> 가마로 보내기 때문이다. 푸른 댓잎 갈아넣어 만든 <댓잎냉면> 대나무숯가루를 먹인 돼지고기 숯불구이도 동이주막의 별미 가운데 하나. 얼마나 담백한 맛을 내는지 평소 고기를 좋아하지 않는 이들도 배불리 먹을 정도다. 술독에 빈 대나무대롱을 넣어두고 서서히 스며들게 해서 만드는 <대롱주>는 청학동 일대에 널리 유행할 만큼 인기상품이 됐다. 그러나 요즘 판매되는 <대롱주>는 거개가 일부러 대롱 안에 술을 넣어서 만든 것이라는 게 강씨의 귀띔이다. 3년 동안 담궈놓아도 대롱이 꽉 차지 않을 만큼 천천히 스며든다는 것이다. 요즘 강대주씨가 심혈을 기울이는 새 상품은 <댓잎냉면>. 푸른 댓잎과 고구마전분을 섞어서 만든 쫄깃쫄깃한 면발과 시원한 동치미 국물이 어울려 독특한 맛을 낸다. 강씨는 상투머리에 고구려벽화에 나오는 '고건'을 쓰고 손님을 맞는다. 증산교를 믿고 지금도 한학을 공부하는 그는 삼성궁 한풀선사의 든든한 후원자이기도 하다. 주간내일신문
		대나무숯 인간은 옛부터 숯을 널리 사용하여 왔다.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기록으로 삼국사기에 경주에서 시민들이 숯을 연료로 사용하였다고 하며, 천마총과 같이 발굴된 대부분의 고분에서 숯이 나오고 있다. 1972년 중국의 호남성에서 약 2500년 전 고분을 발굴하였는데, 주변에 약 5t 가량 의 숯이 묻혀 있어서 시신이 미라화 되어 있었다. 그밖에 일본의 고대사찰과 이집트의 피라미드에서도 숯이 발견되어, 고대인들은 숯의 방부제 효과를 알고 있었다. 옛부터 숯의 재료로는 주로 참나무를 사용하였으나, 금·은 제품의 연마제로 쓰인 버드나무와 동백나무 숯, 귀신을 쫓는데 쓰인 뽕나무 숯, 고분에서 출토되는 부패 방지용 오리나무 숯, 화장용으로 이용된 오동나무 숯이 있으며, 동의보감에 거론된 대나무 숯이 있다. 대나무는 외떡잎식물 중 벼과에 속하는 목본식물로 아열대성 아시아지역이 원산지이다. 한국에 왕대, 솜대, 죽순대(죽순을 식용으로 함), 이대, 조릿대 등 11종이 자생하고 있으며, 생활력이 아주 강해서 지하경으로 급속도로 퍼지며 대나무 밭에는 다른 식물이 자랄 수 없다. 수십년 동안 꽃이 피지 않는데, 일단 꽃이 피면 대나무 밭의 모든 나무가 한꺼번에 죽는다. 죽순이 봄에 새로 올라올 때에는 엄청난 축적에너지를 가동시켜서 하루에 키가 1m 가까이 자라며, 4주안에 지름 생장이 끝나며, 이후 3-5년간 대가 굳어져 서 수확할 수 있게 된다. 대나무 숯은 대나무의 빨리 자라는 성질 때문에 다른 숯보다 더 이용가치가 크다. 숯은 높은 온도에서 목재가 탄화되면서 세포벽의 섬유소만 남아서 공극을 많이 가지게 되는데, 대나무 숯은 세포의 크기가 크고 세포간격이 넓어서 더 많은 공극을 가진다. 숯 1g의 내부 표면적은 약 300㎡ 가량되며, 이로 인하여 보수성, 통기성, 흡착성, 축열성이 우수해 진다. 대나무 숯에는 여러 가지 효능이 있다. 가장 널리 알려져 있는 것은 냄새를 제거하는 효과이다. 물속에 넣으면 수돗물의 소독약 냄새인 염소와 불쾌한 냄새를 내는 트리할로메탄을 제거하며, 공기 중의 독가스와 악취도 흡수한다. 숯은 많은 공극을 이용하여 여과제 역할을 하여 물 속의 중금속과 불순물을 흡착함으로써 수질 정화효과를 보인다. 숯에는 천연 미네랄의 함량이 2-3%가량 되는데, 물에 넣을 경우 칼륨뿐만 아니라 마그네슘, 칼슘, 나트륨 등 미네랄을 방출하여 맛있는 물로 만든다. 최근에는 숯이 천연적 산물이라는 점을 이용하여 환경친화적인 농업에도 응용되고 있다. 즉, 숯은 토양에 첨가할 경우 토양살균제, 토양개량제로 효과가 있어서 작물이 건강하게 더 빨리 자라며, 숯의 방부효과를 통하여 과채류의 신선도 유지에 큰 도움이 되며, 가축사료에 배합제로 첨가되기도 한다. 숯중에 활성탄은 직경 20옹스트롱(A) 이하의 공극이 잘 발달된 특수탄을 의미하는데, 1770년대 설탕제조과정에서 탈색용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이래, 최근에는 정수장 에서 식수 및 공업용수의 정화, 공기 정화시설에서 유독가스의 분리제거, 담배 필터, 커피 포장용, 용제 회수용으로 사용되며, 현재 국내에서 연간(1998년도) 23,450톤의 수요가 있다. 숯은 인간의 건강 증진에도 크게 기여한다는 것이 최근 밝혀지고 있다. 숯의 공기 정화기능은 실내에 숯을 놓아둘 경우 당연히 건강에 도움이 되며, 40℃와 같은 인체 온도에서 원적외선을 방출하여 혈액순환과 신진대사를 촉진시키며, 인간의 우측 뇌에서 발생하는 것과 똑같은 알파(α)파를 발생하여 심신안정과 스트레스 해소 효과를 가지고 있다. 그밖에 주거 환경개선 효과, 전자파 차단 효과, 피부보호 효과, 산화방지 효과가 있어서, 세포를 보호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인간의 노화를 방지하는 효과가 있는 셈이다. 대나무 숯이 최근에 죽수, 죽탄밥, 죽탄베개, 죽탄탈취제 등으로 사용되어 인기 있는 품목이 되는 것은 이러한 효능을 반증하는 예가 된다.

		대나무에 대하여 대나무는 갈대같은 풀이 장구한 세월을 거치는 동안에 나무로 변해 버린 이상한 풀처럼 생각이 든다. 줄기에 규칙적인 마디를 만들고 그 속은 비어있으며 잎은 항상 상록성이고 수십년동안 꽃을 피우지 않으며 불과 한 두 달만에 성장을 마치고 하룻사이에 1m나 자랐다는 기록도 있다. 대나무는 강하지도 유하지도 않으며 60여년만에 꽃이 피고 꽃이피면 죽게 되며 그때 씨가 떨어져 6년이 지나면 새 숲이 만들어진다. 상 징 대나무는 일찍부터 군자라는 인격체로 표상되어 왔다. 대나무가 군자에 비유된 것은 대나무의 본성이 유교적 윤리도덕의 완성체인 군자와 그 관념적 가치가 일치하였기 때문이라고 할 것이다. -다년생으로 사계절 내내 푸르고 눈이 와도 부러지지 않고 -우뚝하게 곧게 서고. -마디가 있고 -줄기의 속이 비어있다. 군자라고 불리우는 식물에는 대나무 외에 매화. 난초. 국화 등이 있다. 지조.절개 대나무 줄기가 곧게 뻗고 마디가 뚜렸하고 마디와 마디사이에 속이 비어 강직함을 유지. 불의 부정과 일체 타협하지 않는 사람을 대쪽같은 사람이라고 하며 부인들의 정절을 상징하기도 한다. 민 속 <용제총화>에 따르면 섣달 그믐날에 푸른 대나무잎. 엄나무가지. 익모초 줄기와 동쪽으로 뻗은 복숭아 가지를 한데 모아 비를 만들어 징과 꽹과리를 울리며 문짝마다 쓸고 다니면서 악귀를 쫓았는데 이 풍습을 방매귀라고 하였다. <담문록>에 실려 있는 풍습 산중에 대단히 큰 귀신이 살고 있는데 사람이 귀신을 만나면 병들어 죽었는데 이전이라는 사람이 귀신을 몹시 두려워하여 아침 저녁으로 대나무를 잘라 불속에 넣어 대나무가 타면서 터지는 소리에 놀라 귀신을 달아나게 하였다고 한다. 하여 우리나라에서는 사람의 왕래가 드문 정초 새벽 문밖에서 대를 태워 잡귀를 쫓는 풍습이 있었고 중국에서는 지금도 화약을 사용하여 소리를 내지만 이름은 그대로 폭죽이라고 한다. 이와 같이 대나무는 영력을 가지고 있어 신성한 나무로 인식하였다. 죽 실 대나무 열매를 죽실. 죽미. 야맥. 죽실만. 연실 등으로 부르며 모양이 밀 보리를 닮았다. <증보문헌비고>에는 조선 태종 강원도 강릉 대령산 대나무가 열매를 맺어 모양이 보리와 같고 찰기가 있으며 그 맛은 수수와 같아 동네 사람들이 식량과 술을 만들었다. <지봉유설>에는 지리산에는 대나무 열매가 많이 열려서 그 지방 사람들이 밥을 지어먹었고 울등도에서는 비축식량이 두절되어 굶어 죽게 되었는데 마침 대나무가 결실을 맺어 대나무열매와 산마늘로 연명하여 기아를 면할 수 있었다. 개 화 대나무가 꽃이 피는 원인은 완전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다 -주기설로 60년이나 100년만에 한번씩 주기적으로 꽃을 피운다는 설. -영양설로 영양분의 결핍이 개화의 원인이 된다는 설. -유인설로 병충의 피해가 직접 개화의 원인이 된다는 설. -화학성분의 변화설로 식물고유의 생리작용에 의해 꽃이 핀다는 설. -기후설로 기후의 급격한 변화가 개화의 원인이 된다는 설. -태양의 흑점설로 태양의 흑점이 증가하면 개화한다는 설. -계통설로 대나무의 개화가 잘되는 것과 잘되지 않는 계통이 있다는 설. 약용 식용 <신농본초경>댓잎은 해열. 거담. 청량 등의 효능이 있고 폐렴. 기관지염. 당뇨병. 등의 구갈에 썼으며 댓잎죽.고혈압. 노화방지에 좋다고 하였다. 댓잎은 알칼리성이 강한 높은 스테미너 식품이며 요즘은 항암 작용이 인정되었다. 죽엽주는 대나뭇잎을 넣어 빚은 술로 요즈음도 즐겨 먹는 약술이다. 죽 제 품 대나무는 일찍부터 인류의 문화생활과 관련하여 크게 기여하였다. 대나무로 만들어진 제품은 너무도 많아 선인들의 일상생활에 깊이 침투되어있다. <죽비>선가에서 수행자를 지도할 때에 사용하는 도구로서 죽비(죽비자)가 있다. <죽부인> 대올로 둥글고 길게 거의 등신대의 원주형으로 만든 죽롱을 죽부인이라 하였다. 대나무의 특성은 한랭성으로 대가지에 피부가 닿으면 몸의 열기가 싹 빠지며 시원한 느낌이 든다. 죽부인은 중국에서 전래된 것으로 당대에는 죽협슬. 송대에 죽희. 죽노. 청노. 궁녀사회에서는 죽참봉. 죽별감. 사람의 벼슬이름을 붙여 의인화 했다고 한다. <죽마>대나무를 재료로 하여 만든 남자 어린이들의 놀이감 가운데 죽마가 있다. 사내아이들이 모여서 긴 대나무를 두 다리 사이에 끼워 올라타고 두손으로 대나무 윗부분을 잡고 말타는 시늉을 하면서 골목길을 돌아 다니며 노는 것이다. 그밖에 복조리. 죽관악기. 담뱃대. 참빗. 죽계. 죽창. 죽도. 화살. 부채. 죽침 등등 . 설 화 <죽엽군>신라 제14대 유례왕 때에 이서국 사람이 쳐들어왔을 때 막아준 군대의 군인들 모두 귀에 대나무 귀고리를 달고 적을 물리치고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는데 다만 선왕인 미추왕의 능침에 대나무잎이 수만장 쌓여 있었다고 한다. <만파식적>신라 제31대 신문왕때 선왕인 문무대왕이 세상을 떠난 후에도 일본의 침입을 막고자 동해의 해룡이 되었다. 왕은 동해의 신비의 섬에서 자란 검은 대나무를 베어 피리로 만들어 월성의 천존고에 모시고 적군이 침입하거나 비가 오고 폭풍우가 칠 때 피리를 불면 적군이 물러가고 파도가 잔잔하여 졌다 하여 만파식적이라고 하고 국보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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