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고단.
추운 날씨인데도 사람은 역시 많았습니다. 지상에는 해가 나고 따뜻한 날씨였지만 노고단에 가까울 수록...구름이 끼고 흐려보였습니다.

준비해간 장비 챙기고는 노고단을 올랐지요. 구름이 바람에 걷히면 맑고 따뜻했지만 또 다시 밀려드는 구름에 금새 흐려지곤 하는 날씨가 연속됩니다.

성큼 오른 노고단 고개에서 더 나아가지 못하고 구름이 걷혀 반야봉이라도 볼 수만 있었으면 하는 맘으로 서성이다가...뜻을 이루지 못하고 그냥...대피소로 내려와 점심으로 준비해간 라면을 끓여 먹었습니다.
아쉽게 내려옵니다. 그래도 마냥 좋았습니다. 헤헤 지리산이잖아요^^

화엄사.
약간은 놀랬습니다. 처음 가보는 사찰이기도 했지만 그동안 봤었던 사찰과는 사뭇 달랐고 크기 면에서도 더 웅대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섬진강.
갖가지 국보와 보물을 보고나서 바로 쌍계사 방면으로 향합니다. 섬진강이 펼쳐집니다.
정말 말 그대로 아름다운 강입니다. 욕심을 부려 다음 여행은 이 섬진강을 따라 트레킹을 해보고 싶습니다.

칠의사묘를 잠시 거쳐 화개로 갑니다. 먹이를 구해야 다음날 여행에 지장이 없이 배를 채울 수 있기 때문이죠.
말로만 듣던 화개장터, 별로였긴 했습니다. 겨울인지라...장날이 아니었는지라...그랬는지는 모르지만...몇몇 장사치들 빼고는 썰렁했구요. 먹거리를 장만하기에는 영 아니었습니다. 그냥...화개장터를 뒤로 한 채 보통 슈퍼마켓에서 먹거리를 좀 샀습니다.

새암산방.
날이 저물어 쌍계사 방면으로 차를 몰아 골짜기로 들어갑니다. 잠자리를 먼저 구해야 했거든요.
쌍계사도 그냥 지나칩니다. 칠불사와 의신으로 갈라지는 이정표가 나오고 새암산방이라는 안내판이 보입니다.
전화로 확인해보니 방을 구할 수 있을거 같아 바로 들어갔습니다.

너그러우신 안주인께서는 구들(재래식 아궁이에 불을지펴 난방하는 방 바닥 내부구조)을 놓아 난방하는 방을 내 주십니다.

천정이 유리로 되어 있어 밤하늘 별과 달이 보이고 눈이와도 눈이 쌓일 수 있도록 해 놓은 방입니다.
방바닥은 뜨끈 뜨근 하구요. 최씨 성을 가진 주인 내외가 직접 차를 끓여 주시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밤이 깊어가고 노래는 절로 나왔습니다. 여독은 금새 풀렸습니다.

새암산방의 아침.

칠불사.
새암산방 주인께서 추천해주신 곳이었습니다. 물론 여행계획에는 없었지요.비포장도로를 공사하는 구간을 지나고 비탈을 굽어 올라 칠불사에 다다르니 멋진 진입로와 흩날리는 눈발이 여행객을 맞이합니다. 亞字房을 보았습니다. 수련을 나오신 보살님들이 밥을 먹고 가라하십니다. 눈날리는 칠불사는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은 곳이었습니다.

쌍계사.
쌍계사5층석탑을 만났습니다. 대웅전 앞에 서 있더군요.
37년전 지진때는 탑두가 굴러떨어졌다는...예쁜 탑 말입니다.^^

불일평전.
쌍계사를 지나 불일폭포로 향합니다. 최치원선생이 학을 타고 놀았다는 환학대를 지나 불일평전에 이르니 휴게소가 나오더군요. 마당 한 켠에 무인상점 판(매)대에 올려 놓은 쵸컬릿을 사서 먹으니 힘도 납니다.

불일폭포.
역시, 불일폭포는 저를 실망시키지 않았습니다. 거대한 계곡도 멋있습니다. 얼어있으면서도 틈새를 비집고 흘러내리는 폭포수는 참 아름다웠습니다.

쌍계사 입구, 새암산방 주인께서 추천해주신 사찰국수를 먹기 위해 백운민박(식당)에 들러봅니다. 여주인이 참 맛있게 한다하여 추천받고 왔습니다만...겨울에 손님이 없으면 장사를 안한다며 다음을 기약하십니다. 정원을 정말 예쁘게 꾸며 놓았습니다.
쌍계사입구를 나오는 좁은 다리를 나서면 맞은편에 "녹향"이라는 전통찻집이 있습니다. 이 곳도 역시 새암산방 주인께서 추천해주신 여주인(처녀라고 강조하십니다.)이 차를 제대로 달여주신다하여 들러보려 했지만...끼니를 못채운 지라...다음으로 기약하고 계곡을 나섭니다.

다시 화개장터에 들러 국밥집에 들러 재첩 칼국수를 먹습니다. 3시가 다 되어갑니다. 잘 먹다가 돌까지 씹어..입맛을 베립니다. 아무튼 화개장터는 정말 재미 없습니다.

평사리.
아, 평사리. 멀리 고소성도 보입니다. 최참판댁을 들릅니다. 마을이 전부 내려다 보입니다.

매암차문화박물관.
5분여를 더 달려 농협앞에 있는 매암차문화박물관을 찾았습니다. 이런, 아무도 없네요. 하지만 문은 열려 있고...슬쩍 들어갑니다. 아름다운 정원이 나타납니다.
정말 극찬할만 합니다. 날이 어두워 더이상 머무르지 못하고 하동으로 향합니다. 화개에서 칼국수 먹다 짓눌린 이빨통증 약을 사서 먹고는 계속해서 청학동을 찾습니다.

청학동.
7시가 조금 넘었을 뿐인데..움직이는 사람들이 없습니다. 식당도 민박집도 불을 다 꺼놓았습니다. 등화관제훈련이라도 하는 줄 알 정도였습니다. 찾아도 찾아도 민박할 만한 곳이 선뜻 나타나지 않다가...때마침 다오실 간판이 보였습니다.


다오실.
[산에미친사람] 성낙건 선생님이 얼마전에 열었다는 찻집입니다. 누군가의 추천장소 이기는 했지만 이렇게 우연히 찾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작고 아담하게 지은 집입니다.

똑똑 문을 두드리니 안주인께서 맞아주십니다.
민박집을 찾는다고 하니 우선 들어오라 하십니다. 조금 있으니 성선생님께서 나오셔서 차를 달여 주십니다. 어느새 안주인께서는 청학동 이장님댁에 잠자리를 주문해 놓고 계십니다.

사주명리학, 바위에서 찾는 나, 성씨에 따른 고집쟁이 분류(?), 술에 대한 단상,희말라야,지리산,...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밤은 깊어가고 바람이 불기 시작합니다. 그토록 따뜻한 겨울 밤은 처음이었습니다.
죽은 나뭇가지를 깍아 만든 차숟가락을 하나 샀습니다.

직접 만드신 지리산 지도도 선물로 주셨습니다. 물병을 세번이나 비워서 마신 차값도 받지 않으셨습니다. 가래떡도 난로에 구워 주셨습니다. 그림같은 다실 바닥에서라도 자고가라 하십니다.(민박하는 집이 아닙니다.) 성선생님의 후덕하고 순수한 웃음과 말씀들이 새록새록 기억납니다

청학동의 이장님 댁에서 잠을 잔 여행객은 드믈겁니다. 대한민국에 국빈으로 오는 외국 관료들도 청와대에서는 못자지만 저는 청학동의 이장님댁에서 잠을 잡니다.
부럽죠? 너무도 따듯한 이장님내외분께 감사드립니다.

삼성궁,
징을 세번 울리면 안내원이 나와서 여행객을 맞이합니다.
돌(자연석)과 멧돌과 다디미돌...참 많습니다.

연못에 자라는 수초가 아름답습니다.

삼성궁의 도인께서는 진입로 도로공사를 직접 하십니다. 덤프트럭을 직접 운전하시는군요. 긴 수염 휘휘 날리며...

고운원.
예절과 인성교육을 한다는 서당이 청학동에만 20여군데 된다지만 다오실 성선생님께서 추천해주신 고운원, 다오실 오르는 길을 조금 더 올라 오른쪽 양수발전소 길로 가다보면 바로 보이는 고운원 학당입니다.

고운원에서 좀 더 언덕을 오르면 청학동 골짜기가 한 눈에 내려다 보입니다. 정말 아름답습니다. 남쪽으로 시루봉이 북쪽으로 외삼신봉이 굽이돌아 학동을 감싸안는 모습입니다.

후기
좋은 여행지와 따뜻한 사람들을 만나게 해주신 오브넷 가족분들께 다시한 번 감사드립니다.
새암산방 진돌이가 물어갔던 신발을 볼 때마다 흐믓합니다.(진돌이: 진돗개와 잡종견 사이에서 태어난 멋진 멍멍이)

  일정 요약

2003년 12월 25일
새벽: 서울서 밤새 달려 남원 도착 휴식
오전: 섬진강을 찾아 구례로 향함
        화엄사입구 - 재첩국으로 아침식사
오후: 노고단-화엄사-섬진강-칠의사묘-화개-새암산방

12월 26일
오전: 칠불사-쌍계사-불일평전-불일폭포
오후: 평사리-최참판댁-매암차문화박물관-청학동
        -다오실-학동 이장님댁

12월 27일
오전: 삼성궁-고운원-양수발전소
오후: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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