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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사랑방>삶의추억

2006.05.24 23:29

물 따라 바람 따라

조회 수 1689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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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따라 바람 따라

술도 시들하고 책도 시들하면,휑하니 어딘가로 여행을 떠남이 좋다.
‘가족하고 강원도 바람이나 씌러 가자.’
이정수장군 전화다.

영동고속도로 오르니,누가 ‘5월을 계절의 여왕’이라 했는가?
산.산.산.
신록이 싱그럽다.

싫도록 하얀 아카시아꽃 보고,하진부 ‘부림식당’ 닿으니,아는 사람은 이 집이 강원도 제일의 산채집(033 335 7576)인 걸 안다.

상차림은 주로 나물인데,먹기 전에 향기 풍기고,시각적으로도 깔끔하다.취나물 향기롭고,호박지짐이 담백하고,두부요리 탐스럽고,백김치 정갈하고,토종 된장국 감탄스럽다.음식이 예술이라서,인당 만원 받고도 칭찬 듣는다.

식사 후에 야생화 보러 갔다.
‘진부야생화농장’은 공기 맑아 그런지 꽃빛 선명하다.금낭화 패랭이 바위솔 등이 비닐하우스에 가득한데,그 속에 희귀종 황금빛 매발톱꽃도 있다.종자 번식 중이라 팔지않아 섭섭했지만,대신 독일아이리스를 샀다.촉 당 서울서 8천원 하는 아이리스를 5백원에 샀으니,이 무슨 횡잰고?
열 촉 구했으니,여행의 기쁨은 이런데 있다.

물 따라 바람 따라 방아다리약수 지나가니,물은 산을 돌아 흐르고,숲 속 여기저기 알프스 산록처럼 아름다운 하얀 목조주택이 보인다.5월 신록이 뿜어낸 공기 맑아,이 속으로 가는 것만으로도 여행 본전은 뽑았다 싶다.

구름 위에 오연히 솟은 해발 1078미터 雲頭嶺 정상에 올라,칡차 한 잔 하는데 구름 아래는 俗界다.
‘태산에 올라 천하 좁은 줄 알았다’고 공자님이 말한 泰山이 1545미터인데,그 정도는 여기 부지기수다.오른쪽 계방산이 1577미터,오대산이 1563미터,왼쪽 구룡덕산이 1388미터.가칠봉이 1240미터다.

솟았다하면 천미터 넘는 이 준봉들 밑으로 九折羊腸 뻗은 길이 양양 가는 길이다.이리 꼬불 저리 꼬불 비단필 같은 계류 옆을 달리니,들리는건 물소리 뿐이다.물소리 들으며 淸淨法界서 하루밤 유숙함도 운치 있는 일이겠지만,앞산 절벽에 철쭉 만발하고 계곡 물굽이가 그리도 맑은 한 민박집에 문의하니,‘황토방은 있지만,장작불은 손님들이 때고 주무시라요’.순박한 강원도 색씨 대답은 이런다.

‘그럼 바닷가로 가자.’
구룡령 넘어,산촌 외로운 등불 따라 동해로 내려갔다.
설악해수욕장 민박집은,선녀들은 아랫방,나무꾼 둘은 이층에 방을 준다.

새벽 해변에 나가니,에메랄드 물결 백사장에 밀려온다.
파도는 씻긴 모래밭을 씻고 또 씻고 한없이 씻는다.
수도승도 마음을 저렇게 씻고 또 씻는 것을 보았다.

방파제로 올라가니,흔들리는 물결에 미역이 파랗고,닥지닥지 석축에 붙은 건 고동이다.
‘소라고동 봐라’
‘억수로 많고마’
‘항그석인데?’
‘쌔비릿다.’
‘천지삐까리 아이가?’

대포항에 들러 광어 우럭 오징어 회와 매운탕 맛보고,영랑호 가니,낮익은 것이 울산바위와 물 위의 흰구름이다.

3월의 미시령에 눈이 내리네
보랏빛 얼러지꽃 위에 내리네
바다가 보이는 언덕 위 카페
안개 속에서 낮은 소리로
인생의 외로움을 말하던 그대
벽난로 남은 불 붉게 타던 밤
슬로진 잔에 어린 보랏빛 입술.

황철봉 신선봉 사이로 난 고개길이 미시령이고,3월의 미시령엔 얼러지꽃이 핀다.눈쌓인 미시령 얼러지꽃 찾고,안개 속 언덕 위 카폐 자주 찾던 속초다.

미시령 턴넬 통과하여 백담사 지나니,이성선 시인,회주 오현스님,걸레화가 중광스님 생각난다.그분들과 함께 보던,백 개 연못이 있는,백담계곡 단풍은 얼마나 화려했던가?

백담사 지나며 운전하던 이장군이 卍海스님 시 한 수 읊는다.
男兒到處是故鄕 畿人長在客愁中
一聲喝破三千界 雪裡桃花片片紅

마지막 구절은 ‘눈 속의 도화꽃 편편히 붉다’다.
그래,인생이 雪裡桃花처럼 片片紅인지 모른다.

  • ?
    부도옹 2006.05.25 22:19
    초록빛에 눈이 시원하고 스치는 바람결에
    마음까지 시원한 강원도 여행 정말 좋습니다.^^*
    산소를 한웅큼 들이마신 기분입니다. ^^
  • ?
    나그네 2006.06.14 10:50
    인생길!
    나그네라던가요?
    '물따라 바람따라'
    그져 그렇게 흐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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