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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사랑방>삶의추억

2006.05.16 13:37

음악

조회 수 2123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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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음치는 영원한 음치다.
지금까지 나는 바흐나 헨델 브람스 하고 담 쌓고 지낸다.
고전음악은 내겐 자장가다.들으면 무조건 잠이 온다.

고등학생 시절 서울서 내려온 형들이,

잔잔한 바다 위로 저 배는 떠나가며 노래를 부르니 나포리라네.황혼의 바다 위엔 저 달이 비치고,물 위에 어린 하얀 안개 속에 나포리는 잠자네.
<먼 싼타루치아>

불밝던 창에 어둠 가득 찼네,내 사랑 넨나 병든 그때부터.그의 언니 울며 내게 전한 말은 내 넨나 죽어 땅에 묻힌 것.
<불밝던 창>


쎄미크라식을 불렀다.그래 나도 63년 서울 오자,음악실을 찾았다.
종3에 르네쌍스.뉴월드.디세네.명동에 아폴로.돌체가 유명하였다,
디세네에 주로 갔는데,서울애들 속에 섞여보니,‘crazy love’‘el condor pasa'
'he'll have to go''I can't stop loving you'I went to you wedding'
‘changing partner’‘diana’‘green grass of home’‘moon river’같은 것은 나도 진주서 알던 노래였다.

문제는 고전음악이었다.
슈벨트의 ‘겨울나그네’ ‘물방아간의 처녀’와 베토벤의 ‘운명’은 좀 알것는데,바흐 헨델 하이든이 문제였다.서울 애들은 눈을 터억 감고 고개 끄떡이고,더 아는 놈은 아예 콘닥터마냥 곡조 맞춰 지가 손으로 지휘 시늉까지 한다.
나는 지루하다못해 잠 오고,억지로 눈 뜨고 있을려도 눈까풀 스르르 내려와 힘드는데,야들은 계속 지루한 그 곡을 신청해 사람 성질나게 한다.

그래 청바지 웍화 차림으로 음악실 문 옆 의자에 나가 앉아있었다.다리를 쭈욱 뻗고 한 놈 걸리기 기다렸다.특히 이대생하고 동행한 빤질빤질한 연대생을.그들이 조심조심 지나가다가 쭈욱 뻗은 내 군화 끝만 스쳐도,나는 앉은채 멱살 당긴다.그럼 지들이 손수건 꺼내 웍화 딱아주고 호랭이한테 굽신거리고 가지않을 수 없는 것이,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기 때문이었다.
백넘버 34번 고대 미식축구.경상도 문딩이가 거기 법이었다.

크라식과 나와 궁합이 절대 맞지 않는 것임을,그 후 나는 학교서 방과 후에 하던 강좌에 두 학기 연속 들어가도 맹물 맛인 것을 보고 확실히 깨달았다.그 후엔 서양 크라식은 완전 종 치고,국악 쪽에 기웃거렸지만,그것도 종 쳤는데,어느날 홀연히 깨달았다.

모든 음악은 천지자연의 소리를 흉내낸 것이다.
물소리 바람소리 등을 흉내낸 것이다.
베토벤이 ‘운명’에서 아무리 쾅쾅쾅!세게 때려봤자,그것은 욕지도 바위절벽을 때리는 웅장한 파도소리보다 못했고,슈벨트의 ‘봄의 왈쓰’가 아무리 보드랍게 흘러도 꽃 핀 봄동산 우짖는 새소리처럼 아름답지 않았고,그리그의 ‘쏠베지의 노래’가 제법 구슬퍼도 낙동강 빈 나루 갈대밭에서 들린 바람소리처럼 애달프던가?나는 자연의 생음악을 듣기로 한 것이다.

바이올린 첼로 챔버린 호온 피아노 트럼본 심벌 천개만개를 갖다놓고 불고 치고 때려봐라.먹구름 하늘에서 쿠앙 쾅쾅!때리는 여름 천둥번개의 장쾌함이 있는가?소동파가 부처님의 장광설,무정설법으로 들은 시냇물소리 같은 오묘함이 있는가?
    
그래 나는 서양음악엔 음치로 자처하고 살아왔는데,몇년 전에 얄궂은 일이 생겼다.뉴욕대 교수로 있는 사촌의 큰아들이 서초동 예술의 전당에서 연주한다고 초청장 보낸 것이다.안 갈수도 없고 정장 입고 가긴 갔지만,속으로 이 무신 운명의 작난이냐 싶었다.바이올린했으면 그냥 뉴욕 심포니 소속이나 하지,하필이면 한국까지 와서 쏠로로 kbs와 협연한다고 이 아저씨 부르느냐 싶었다.십만원짜리 표 몇장 사주고 입장했으나 알만한 일이었다.덕택에 스트라디바리우순가 뭔가 연주 때마다 빌려 쓴다는 명품 바이올린 구경은 했지만,세번째 왔을 때,나는 ‘자네가 자랑스럽다.그러나 내가 음치다.’라고 밝히고,그 고역의 자장가 듣는 자리에 두 번 다시 가지 않았다.

서양 고전음악은 이렇게 끝났으나 나는 전 음악에 음치는 아니다.
아득한 옛날,젓가락을 상에 두들기며 막걸리 마시던 방석집,그리고 양주 나오는 룸싸롱에선 나도 불렀다.그러다 김정구 노래처럼 한 40년 지나니,내 노래가 ‘두만강 푸른 물에 흘러간 그 옛날’이 되고 말았지만,지금도 나는  명곡은 즐긴다.
‘추억의 소야곡’

며칠 전 진주 문박사와 통화를 했다.
그는 젊어서 아코디언을 했다고 한다.의사가 연주하는 아코디언 취미는 멋지지 않은가?그도 이 노래 좋아하고,가요계의 황제 남인수도 죽기 전에 가장 아낀 노래가 이 노래였다고 한다.

다시 한번 그 얼굴이 보고싶어라,몸부림 치며 울며 떠난 사람아.
저 달이 밝혀주는 이창가에서,이 밤도 너를 찾는 이 밤도 너를 찾는.
노래 부른다.‘

우리 혈관 속에는,그 옛날 남강 푸른물에 아롱져 흐르던 추억의 노래가 스며있다.어디가 좋을까?그의 아코디언 반주로 ‘추억의 소야곡’을 한번 불러보고싶다.
  • ?
    부도옹 2006.05.18 00:03
    뭘요? 음치가 아니신데요~~^^*
    고전음악 작곡가와 곡목들을 쫘~~악 꿰고 계시면서....
    달리기 하고나서 "내 뒤에 오는 놈 정말 飛虎 같데~~" 하는거나 똑같죠. ^^*
  • ?
    섬호정 2007.03.03 19:30
    예~ 저도 60년대 중반~ 부터 진주에서 상경한 이후로~ 명동 음악다방'돌체'를 좀 자주 찾았습니다 지인과의 만남도 그 곳에서~
    그리고 몇년후 도봉산 밑 호암교 근무시절,곱슬머리 멋쟁이 음악가
    채수언선생이 부임해 와 환영회에서 어디선가 저를 많이 보았다해서...
    나는, 진주라 천리길을 왔다고 했더니~좌중은 한바탕 웃고~ 채선생은 맞아~ 돌체에 자주 앉아있었지요?~ 역시 머리 좋은 젊은이라 기억해 주어 그 후론 새가곡집을 사들고 풍금앞에서 우리 가곡들을 좀 섭렵하던 시간들~ 오랜 교단 추억 떠 올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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