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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마당>최화수의 지리산산책

최화수 프로필 [최화수 작가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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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계사로 가려면 지난날에는 반드시 이 '쌍계석문'을 통과해야 했다(사진 위쪽). 불일폭포 앞 불일오두막 본체는 거의 30년 전인 지난 1981년과도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사진 아래). 변규화 옹의 '불일사랑' 역시 한결같았다.
................................................................
1981년 1월, 새해 벽두였다.
그날도 나는 토요일 오후에 배낭을 메고 혼자 집을 나섰다. 76년 2월에 처음으로 찾았던 쌍계별장을 두 번째로 찾아가게 됐다. 정확하게 말하면 나의 목적지는 쌍계별장이 아니라 불일폭포 오두막이었다.

당시 나는 언론통폐합 조처로 국제신문에서 부산일보로 자리를 옮겨 근무하게 됐다. 문화부에 배속된 나는 등산 관련 기사도 맡았다. 한 산악회 산행에 따라나선 나는 불일폭포 깊은 골에 어떤 중년부부가 속세를 등진 채 지리산의 적요처럼 적막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당시 극도로 황폐한 심사였던 나는 불일오두막 중년부부로부터 무엇인가 삶의 의미를 찾고자 했다.

나는 그 중년부부를 만나고자 4년여 만에 두 번째로 쌍계별장으로 걸음을 재촉했다. 그렇지만 쌍계사로 가는 도로 형편은 여전히 엉망이었고, 버스는 비포장도로를 아예 기어가는 형국이었다. 밤늦게 쌍계별장에 도착한 나는 밤잠을 설치고 아침 일찍 일어났다. 방문을 열자 온 세상이 백설천국으로 변해 있었다. 밤새 엄청난 눈이 내린 것이다.

불일폭포로 가는 길은 내가 처음으로 발자국을 새겼다. 아니, 그 길에는 크고 작은 짐승들의 발자국이 수많이 새겨져 있었다. 불일폭포 앞 오두막은 그야말로 설국의 동화세계 같았다. 남녀의 고무신발이 놓여 있기는 한데 나의 기척에도 응답이 없었다.

불일폭포와 불일암을 다녀오는 길에 다시 오두막 앞에서 서성거렸다. 한참 후에 수염을 길게 기른 주인남자가 밖으로 나왔다. 그이가 변규화 옹으로 훗날 나의 지리산 사랑에 큰 영향을 미친 분이다. 하지만 그이의 부인은 끝내 얼굴을 내밀지 않았는데, 그 후로도 영영 얼굴을 볼 수 없었다.

불일오두막에서 기대가 무너진 나는 쓸쓸하게 발길을 돌렸다. 쌍계사로 내려온 나는 무작정 화개천을 거슬러 올랐다. 신흥, 의신. 그리고 삼정마을도 지났다. 겨울의 거센 골바람이 나를 집어삼킬 듯했다. 그런데도 나는 꾸벅꾸벅 빗점골을 따라 무거운 발걸음을 계속 옮겨놓기만 했다.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그때까지는 그랬다) 지리산 골짜기가 나에게는 참으로 아득하게 멀고 먼 세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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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지연 2009.02.05 10:59
    참으로 오랜만에 보는....
    불일사랑이던가요 그 오두막집 (찻집) 이름이.....그곳에 간지도 오래되었고
    내속에 잊혀진지도 오래되었는데 선생님 덕분에 아득한 기억을 끄집어
    내게되어 감사한 맘 전해봅니다....쌍계별장이 없어졌단 소리에 윤어르신
    내외분도 그립습니다...저한테 참도 잘대해주셨는데 물론 모든분들한테 그랬겠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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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화수 2009.02.05 14:59
    오두막 이름은 나중에 '봉명산방(鳳鳴山房)'으로 불렀습니다. 유명한 소설가 정비석(鄭飛石) 선행이 직접 이 오두막을 찾아와 큰 감흥을 받고 지어준 이름이지요.
    쌍계별장은 윤석천 씨 내외분이 정갈하게 운영했지요. 처음에는 윤 씨 어머니가 도원암이던 이 암자를 별장으로 꾸며 정이 넘치는 집으로 만들었습니다. 할머니와 그 아들 내외분, 그리고 이미 유명을 달리한 불일오두막의 변규화 옹 모두 그리운 얼굴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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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지연 2009.02.06 14:34
    혼자서 여행을 갈때면 으레 가던곳인 쌍계별장이었어요..처음엔 버스로 가다가 그다음 차를 사고 맨처음 간고도 쌍계별장...그곳은 아는분의 소개로 가게된 곳이었지만 제가 더 잘 가던곳이 되어버렸고 힘들거나 괴로울때면 늘 찾던곳을 최근 몇년간 잊고 있었죠 ....혼자 보통 2박3일쯤 코스로 가서는 처음엔 주인내외분과 그냥 서먹한 사이었지만 나중엔 가기전 전화로 예약하면 사랑채를 내어주시고 밥도 같이 먹고 서울에서 오시는 수년님 한분과 같이 나물도 뜯고 주인내외분과 아침.점심도 같이 먹곤 했는데...
    주인어르신이 군인출신이셨지요 아마... 못내 아쉬움에 이렇게 옛일 생각하며 주저리 주저리 내뱉어 봅니다.... 벌써 봄내음을 자극하는 알싸한 냄새가 코끝을 간지럽히니 더욱 그립네요 그곳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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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화수 2009.02.06 16:56
    쌍계별장 주인 내외분의 마음을 읽게 해주는 것으로 마당 앞의 차실(茶室)이 있었지요. 아담한 이 유리집 안에는 각종 차와 다기(茶器) 등이 놓여 있었고, 이 집을 찾는 누구나 차를 끓여 마실 수 있도록 배려를 했습니다.
    처음 쌍계별장을 시작한 할머니는 손님들에게 손수 음식을 만들어 주셨어요. 음식솜씨도 좋고, 무엇보다 어머니와 같이 인정이 넘쳐나는 분이었습니다. 아들 내외가 이어받으면서 식사는 손님 스스로 해결하도록 했습니다.
    쌍계별장은 지난해 원래의 도원암으로 되돌아갔지만, 할머니와 아드님 내외 분은 지금도 쌍계사 사하촌 모암마을에 거주하신답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추억과 정이 쌓여 았을 쌍계별장의 기억들을 되살려주신 박지연 님에게 감사드립니다.
    참, 불일폭포 앞 오두막은 '불일휴게소'라는 간판이 붙어있기도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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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지연 2009.02.06 17:22
    선생님 덕분이지요 도원암으로 되돌아 간것도...
    아련한 기억저편 추억을 되살려 준것에 대한 감사한 맘 오래도록 간직하겠습니다. ...
    바쁘실텐데 답변을 해주셔서 또 한번 감사의 맘을 전하면서 이만 들어갑니다... 종종 들리겠습니다. 전 부산입니다... 해무가 멋지고 짭짜로운 해풍
    냄새가 나는 곳에 살고 있습니다...
  • ?
    최화수 2009.02.06 21:09
    박지연 님이 살고 있는 곳이 부산이로군요.
    해무가 멋지고 해풍 냄새가 나는 곳이라니 바닷가 쪽인가 봅니다.
    쌍계별장 가족들도 부산사람이었답니다.
    부산 동래에서 사시던 할머니가 나옹(懶翁)선사의 저 유명한 선시
    (禪詩) '청산혜요(靑山兮要)'에 큰 깨우침을 얻고 지리산 쌍계별장
    에 정착을 하셨다는군요.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없이 살라하네
    사랑도 벗어놓고 미움도 벗어놓고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하네

    이 시는 읊으면 읊을수록 정신을 맑게 해줍니다.
    늘 좋은 일이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 ?
    박지연 2009.02.07 21:49
    몇년전 윤어르신 안주인이신 그분께서 일러주신대로 할걸 그랬습니다.
    그랬다면 작년같은 일들은 일어나질 않았을텐데요 선생님..
    인생사 시련과 고난이 닥쳐오는건 당연지사라지만 두번 겪고 싶지 않은
    그런 험난한 일들도 있더군요 선생님...그런 일들에 현명하게 대처하지
    못한 내 자신이 자꾸 추해지나 봅니다..부패되어 썩는중인가 봅니다.
    익어 발효되는 사.람 이 되길 이번 '달집태우기' 행사에서는 빌어볼려구요
    선생님도 건강하시고 가끔 들리어 좋은 말씀 가슴에 되새기도록 하겠습니다... 봄 내음이 벌써부터 내눈과 코끝을 자극하는것 같습니다...좀 더 천천히 오면 좋을것을...그럼 이만 들어갑니다
  • ?
    최화수 2009.02.08 16:56
    힘든 일을 겪으셨다니...안타까운 마음입니다.
    말씀하신대로 우리 인생살이에는 고난과 시련이 따르기 마련입니다. 그렇지만 이 어려움을 잘 극복하면 더 성숙한 삶을 지향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정월 대보름 달집을 태우며 소망을 잘 기원하고, 새봄 잘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올해는 더욱 즐겁고 보람된 지리산행이 되었으면 합니다.
  • ?
    박지연 2009.02.09 15:53
    많은산을 가보았는데 유독 지리산과는 인연이 없더군요 항상 쌍계사 불일
    폭포까지만 5번 갔다온게 전부입니다..ㅎㅎㅎ 그래서 조만간에는 꼭 한번
    가볼려구요 그게 언제일지 ...
    오늘은 비가와서 달집이 잘 탈지 모르겟습니다. 업무마치고 저도 빨리가서
    처음으로 탈집을 함 볼려구요..그럼 들어가겠습니다. (꾸벅)
  • ?
    해무 2009.02.10 09:07
    알싸한 아침공기가 참으로 좋습니다....
    이 좋은 기운이 하루종일 내곁을 맴돌았음 하는건 내 과한 욕심이 결코
    아니길 바라며 오늘 하루도 시작할려고 합니다...^^
  • ?
    최화수 2009.02.10 11:15
    오늘 아침에도 어김없이 아침산을 찾았습니다.
    매일 아침 찾는 산은 부산의 승학산~구덕산입니다.
    '알싸한 아침공기'...우리들의 심신을 상쾌하게 해주는 것이지요.
    요즘 나라 형편이 어려워 힘들어하는 분들이 참으로 많습니다.
    아침공기의 상쾌함이 힘든 분들에게 새로운 의욕을 안겨주었으면
    좋겠습니다.
    해무 님, 오늘 하루도 보람된 시간으로 이어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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