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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마당>최화수의 지리산산책

최화수 프로필 [최화수 작가 프로필]
조회 수 4413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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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은사, 태안사, 선암사는 나란히 이어져 있다시피하다. 태안사에선 천은사를 이야기하고, 선암사에선 태안사를 얘기한다.
산사의 분위기마저 비슷하다지만, 그래도 특징적인 것이 사찰마다 있기 마련이다.
태안사의 경우 능파각이 그렇고, 혜철스님(적인선사)의 부도로 들어설 때 굽은 통나무를 아치형으로 배치한 '배알문(拜謁門)'을 들어설 때 머리를 숙이고 들어가게 한 것도 그렇다.

조계산은 그 높이가 884미터로 별로 높지도 않다. 하지만 승보사찰 송광사와 태고본찰 선암사를 동서로 안고 있는 것만으로도 유명하다.
송광사는 보조국사 지눌이 크게 일으킨 이후 180여년 동안 15명의 국사(國師)를 배출한 대가람이다.
그 반대편 동쪽의 선암사는 태고총림이자 호남제일선원이다. 삼인당, 아치형의 돌다리 승선교(보물 제400호) 삼층석탑(보물 제395호) 등 신라인의 자연미와 신라 불교문화의 정교함 등을 보여준다.

선암사의 매력은? 단풍이 절정일 때 이 사찰을 찾는 이들은 그 황홀한 선경에 놀랄 것이고, 조계산 수림이 연초록 물감을 퍼뜨리고 있을 때는 그 빛깔에 또한 감동할 것이다.
어떤 이들은 꽃을 보기 위해 선암사를 찾는다고 말한다. 철따라 온갖 꽃들이 많이 피어나는 사찰로서도 유명하다.
선암사로 찾아드는 도로 옆 고가(古家) 돌담에 기대어 핀 자목련이나 길섶의 둥글레, 붓꽃 등 들꽃이 유별나게도 많다.
선암사 경내는 선방 앞의 500년 묵은 토종 '선암매' 등 아주 많은 꽃이 있다.

선암사로 들어설 때 단연 눈길을 끄는 것은 승선교와 강선루다. 승선교는 길다란 화강암을 다듬어 연결하여 반원형으로 쌓았는데 결구 솜씨가 아주 정교하다.
다리 밑 한복판에는 용머리를 조각한 돌이 밑으로 삐죽 나와 있는데, 용머리를 조각한 것으로 이것을 뽑아버리면 다리가 무너진다는 말이 전해온다.
이 승선교 반원형 아치를 통해 강선루를 올려다보는 경치가 압권인데, 이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는 한다.

태안사의 경우 머리를 숙여서 들어가게 하는 혜철스님 부도비 배알문을 가장 인상깊게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마찬가지로 선암사에서는 고색창연한 다른 당우들을 젖혀두고 해우소(解憂所)가 으뜸 명소인양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사찰 해우소, 곧 칙간이 어디 선암사 뿐이겠는가. 동화사나 다른 사찰도 엇비슷하다. 그런데 유독 선암사 해우소가 인구에 회자되는 것은 왜일까?
그 앞의 드러누운 소나무와 목어(木魚)가 있고, 새와 풀잎과 종소리가 들리는 때문일까? 선암사 해우소는 시로도 씌어 있다

묵직한 와가 외관과는 달리 허리를 펴고 일어서면 옆자리에서 볼 일 보는 이들이 보인다. 정호승시인이 '선암사'란 시에 그 해우소가 등장한다.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고 선암사로 가라 / 선암사 해우소로 가서 실컷 울어라 / 해우소에 쭈그리고 앉아 울고 있으면 / 죽은 소나무가 기어다니고 / 목어가 푸른 하늘을 날아다닌다 / 풀잎들이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아주고 / 새들이 가슴 속으로 날아와 종소리를 울린다 / 눈물이 나면 걸어서라도 선암사로 가라 / 선암사 해우소 앞 / 등굽은 소나무에 기대어 통곡하라.'

이 해우소 앞에서 송광사로 가는 길이 열리는데, 1시간 남짓 걸려 선암굴목재를 넘게 되고, 고개 너머 계곡 위의 다리를 건너 보리밥집과 만난다.
위쪽, 아래쪽에 두 곳의 보리밥집이 있는데, 이번에 보니 이 보리밥집이 조계산에서 가장 각광받는 명소가 아닌가 하고 생각됐다.
선암사에서 산행을 하며 송광사로 가려면 선암굴목재에서 장군봉을 거쳐 곧장 직행하게 된다. 우리는 중간굴목재로 올랐는데도 보리밥집에 들른 뒤 다시 되돌아와서 장군봉으로 올랐다. 보리밥집을 빼놓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선암사~조계산 나들이 또는 산행은 해우소와 보리밥집을 찾는 것만으로도 특별히 얻는 것이 많을 듯하다.
우리에게 눈물이 날 때가 왜 없겠는가. 눈물이 나면 선암사를 찾아가야 하겠다. 선암사 해우소로 가서 실컷 울어보자.
해우소에 쭈그리고 앉아 울고 있노라면 목어가 푸른 하늘을 날아다니고, 풀잎들이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아주고, 새들이 가슴 속으로 날아와 종소리를 울린단다.
그러니 우리들이 어찌 조계산 선암사를 찾지 않을 수 있으랴.
해우소에서 실컷 울고. 보리밥집으로 가면 행복이 저절로 굴러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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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섬호정 2007.09.03 10:53
    조계산에 앉은 선암사 이;야기에 심심도 감성도 흠뻑 만끽합니다
    그 해우소 앞 등굽어 누워있는 노송에서 생의 회한을 느끼고도 하였습니다
    기차를 타고 호남선 ,경전 남부선을 지나면 정호승의 선암사 생각 다시
    떠올려지더군요...如山선생님!
    바쁘신 중에도 풍류깃든 글을 올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 ?
    오 해 봉 2007.09.05 23:36
    가을에는 틈을내어 태안사에 한번 가보겠습니다,
    여산선생님 좋은가을 맞으세요.
  • ?
    선경 2007.09.21 00:53
    청춘의 시절 어느가을날 마냥 아름다운 시간속에
    선암사의 추억이 스쳐지나가네요
    이제 세월을 돌아서 가보고싶은 선암사의 정취는 또다른매력으로
    찾아오겠죠
    여산선생님 새해인사드린것이 엊그제같은데 우리의 명절 한가위가
    다가오는군요~~가족분들과 행복한추석명절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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