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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마당>최화수의 지리산산책

최화수 프로필 [최화수 작가 프로필]
조회 수 5139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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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不動産) 대란’은 요즘 세상에만 있는 일이 아닌가봅니다.
조선 철종 13년(1862년) 삼남지방을 휩쓴 민란도 일부 특수 계층의 대토지 소유와 권력층의 가혹한 수탈로 농민경제가 극도로 피폐한 것에서 비롯되었지요.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은 “영남의 최씨와 호남의 왕씨는 만석의 곡식을 추수하고 있는데, 그들의 농지는 400결(結) 이하는 없다”고 하여 당시의 대토지 소유 상황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400결의 토지를 한 사람이 소유하면 399호가 토지 소유를 하지 못한다는 말이 됩니다.
19세기 초 충청도 임천(林川)의 경우 전혀 농사를 짓지 못하는 무농층(無農層)이 30.8%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임술 민란이 빈농이나 땅을 갖지 못한 농민들, 곧 초군(樵軍)이 중심 역할을 하는 이유를 알 만합니다.
<정조실록>의 관계 글을 한 번 볼까요.

“권세가들의 탐욕을 온 세상 사람들이 본 받아 수백만 냥의 돈을 팔도에 유통하여 한 뼘의 토지라도 매입할 수 있으면 곧 가격을 더 쳐주어 매입하므로 토지 가격이 수배로 올랐다. 이에 세력 없는 이들은 처음부터 감히 다투어 사들이지 못하여 온 나라의 거의 모든 토지가 세력 있는 자들의 수중으로 들어갔다. 또한 기근이나 흉년이 들면 이 때를 이용하여 강제로 헐값에 사들인다. 이 때문에 백성들의 약간의 땅마저도 모두 다 이들의 소유가 된다.”-(<정조실록> 2년 7월 정미일)

여기에다 관(官)의 수탈은 견딜 수 없을 정도로 가혹했답니다. 군역(軍役)을 대신하는 군포 징수와 관련된 부패는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는 군요. ‘백골징포(白骨徵布)’나 ‘황구첨정(黃口添丁)이라 하여 관리들은 죽은 이와 아기마저 그 대상으로 삼아 수탈을 하였답니다. 다산이 지은 시 ’애절양(哀切陽)’은 당시의 가혹한 군포 수탈상이 어떠했는지 들려주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갈대밭의 젊은 신부가 곡하는 소리 슬픈데
관청 문을 향한 그 소리 높은 하늘에 울려 퍼지네.
군인 간 남편이 돌아오지 않는 경우 있다지만
예로부터 이때까지 양근(陽根)을 잘랐다는 말 듣지 못했네.
시아버지 삼년상은 이미 끝났는데 아이는 아직 피도 안 말랐지.
그 이름 군적에 올리었으니 삼대가 군포를 내야 한다네.
잠시 달려가 하소연하니 문지기가 범처럼 지키고 있네.
이정이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외양간 소를 끌고 나가네.
남편 칼 들고 방에 들어간 뒤 붉은 피 자리에 가득하다.
아이 낳은 것을 한탄하면서 이같이 궁액을 만든 것이지.
사마천이 궁형을 당한 일은 어찌 죄가 있었겠는가마는
민 땅의 아들 거세한 것은 정말로 처참하다.
(중략)
호사한 집은 일년 내내 풍악소리 요란하건만
쌀 한 톨 한 치의 베도 버리기 아까워라.
같은 동포로 태어난 백성이건만 어찌 후하고 박한 것인가.
여관에 묵고 있는 나그네 신세 거듭 ‘시구’편을 외워보노라.’

조선시대 군정(軍政)의 대표적인 폐단으로 백골징포와 황구첨정을 들 수 있지요.
국법에는 만 60세가 되면 사망자와 함께 면역(免役)하게 되어 있어요. 하지만 군역을 다 마친 자의 연령을 낮추어 놓고 강년채(降年債)라는 것을 징수하는가 하면, 사망자에 대해서 체납을 구실삼아 그 자손에게 백골징세를 감행한 것입니다.

또 국법에서는 14세 미만의 소년은 군적(軍籍)에 등록하지 못하도록 돼 있는데, 이를 무시하고 생후 3일 된 갓난아기까지 군적에 등록시켜 세포(稅布), 세미(稅米)를 강제로 징수하였습니다. 장정이 되지 않은 황구(黃口)를 군적에 올려 세금을 부과한 것이지요.

이런 폐단이 얼마나 심했으면 남편이 칼을 들고 방으로 들어가 남근을 자르기까지 했겠습니까. 창자를 끊는 아픔보다 더 클 수밖에 없지요.
단성민들은 여러 차례에 걸쳐 삼정의 문란, 환곡의 폐단을 바로잡아줄 것을 건의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습니다. 1862년 2월4일, 단성민들은 관가로 달려가 창고를 불사르고, 장부를 불태우고 단성현감을 파직시키기에 이릅니다.

단성민들의 봉기와 투쟁을 지켜보던 진주농민항쟁 지도부는 2월6일 당시 진주 서면 수곡리 덕천강변의 수곡장터에서 읍회를 가졌습니다. 단성의 농민 봉기가 진주농민항쟁의 불길을 지핀 것이고, 수곡장터의 읍회로 하여 진주농민항쟁은 맹렬하게 폭발하게 됩니다.
2월14일, 진주 서부지역 농민들이 지금의 산청군 시천면 덕산장터에서 봉기를 합니다.
지리산 천왕봉이 빤히 올려다 보이는 곳에서 진주 농민항쟁의 불길이 치솟게 된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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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화수 2007.04.26 18:01
    오브넷 가족 여러분 안녕하세요?
    올 봄철, 제 자신도 믿어지지 않을 만큼 바쁜 일들이 겹쳐지고 있습니다.
    이곳에 글을 올리는 것도 거의 두달째 손도 대지 못했었군요.
    정말 죄송스럽고 부끄러운 마음입니다.
    5월이 지나면 시간 여유를 좀 찾을 듯합니다.
    앞으로는 이런 변명 늘어놓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오브넷 가족 여러분, 늘 건강하시고, 좋은 시간 가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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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추말 2007.04.27 10:54
    여산선생님,
    公私간에 분주하신 가운데에서도 항상 건강,건필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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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 해 봉 2007.04.27 13:09
    여산선생님덕에 좋은공부 많이하고 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부패한 관리들 때문에 힘없는 백성들만 죽어나는군요,
    요즈음은 H그룹 K회장 이란者가 지아들이 술집에서 시비하다 매맛았다고
    오밤중에 사시미칼까지 옆에찬 30여명의 경호원을 대동하고 보복을 하러
    가서 그들을 산으로 끓고가서 눈탱이가 밤탱이 되도록 때렸다니 뭐라고
    해야하나요,
    그것도 국내 굴지의 재벌 회장이란者가 말입니다,
    세상 살다보면 어이없고 억울한일도 많은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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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생마 2007.04.28 22:25
    삼정의 문란한 그당시의 역사로군요.
    오랫만에 뵈오니 참 반갑고 기쁩니다. 조금 걱정은 했었지요.
    많이 바쁘신듯 한데 건강 잘 돌보시구요.
    진원님과 들꽃님만 어서 오시면 지리마당 되살아 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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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섬호정 2007.05.09 20:21
    여산 선생님 바쁜 일정 속에서도 귀한 글 올려주셔서 고맙습니다
    잊어가는 우리 역사속 민초의 단편들을 새롭게 일깨워 주십니다
    일본 조선 통신사 탐색 학술심포지움 까지 연중 행사를 진행하시니 감사합니다 기회가 된다면 그 행사에 꼭 한번 참여해 보고 싶은 꿈입니다...
    늘 건안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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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화수 2007.05.31 19:43
    섬호정 선생님! 내일(6월1일) 아침 저는 중국으로 갑니다. 칭다오에서의 심포지엄에 참석하는 길에 태산(泰山)에도 오를 계획입니다. '태산이 높다하되 하늘 아래 뫼이로다'의 그 태산입니다. 유네스코 문화유적이기도 한 태산이 많은 생각들을 안겨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섬호정 선생님! 제가 '지리마당'에 소홀한 것은 사실 지난 가을 이래 지금까지 제 뜻과 관계없이 겹쳐친 일들이 너무 많은 탓입니다. 이를테면 '오브넷 백무동 모임'도 그 이틀 전과 하루 전 부산에서 거푸 마천 삼정산을 다녀올 일이 생겨나 어떻게 시간을 내볼 수가 없었어요.
    섬호정 선생님, 6월 중순이 지나면 조금 숨을 돌릴 수 있을 듯합니다. 그 때부터는 '지리마당' 글도 열심히 쓰겠습니다. 그러니 '사랑방'에 올린 저의 조선통신사 관련 글은 삭제해주시기 바랍니다. 아무런 도움도 안 되는 그저그런 글이니까요. 부탁드립니다. 늘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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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생마 2007.06.01 20:36
    섬호정선생님 태평양을 단숨에 건너오셔서 놀라운데
    최화수선생님 아주 종횡무진 이십니다. 정말 바쁘시군요.
    건강유의 하시길 바래요. 칭다오 가시면 맥주 드셔보시고
    발맛사지도 받아보세요~ 칭다오엔 노산이 있고 태산은 조금
    떨어져 있는데 곡부에 들러 공자의 자취를 느끼면 좋겠네요.
    조선통신사 관련글 기다린 분들이 많을텐데요.
    글 읽고보니 시즈오카에 꼭 갔어야 했는데 아쉬움이 생깁니다.
    건강히 잘 다녀오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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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섬호정 2007.06.05 01:01
    여산선생님! 바쁘신 일정에도 건강 하시길 빕니다
    외람된 일이었나 싶습니다 몇분의 리플이 쓰여 있어 죄송한데
    양해를 구하고 내용을 거두겠습니다 중국 잘 다녀오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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