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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지리마당>최화수의 지리산통신 -원본

조회 수 1585 추천 수 0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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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정 자연세계 앞에 우리 인간이 무슨 덧칠이며 가릴 것이 있겠는가. 사진은 지난해 여름 필자가 찾았던 일본 큐슈 내륙 깊숙이 자리한 키쿠치(菊池) 계곡의 청정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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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사람들 죄다 산으로 몰려오네!”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우리나라 사람 모두가 산행에 나선 것으로 생각이 될 만큼, 전국의 산길마다 시도 때도 없이 사람들로 인산인해이다.
마을 뒷산의 조기산행에서부터 백두대간의 종주산행에 이르기까지 가까운 산, 먼 산을 가리지 않고, 또한 낮은 산, 높은 산 나눌 것도 없이 인파로 넘쳐난다.
산에 가지 않으면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라고 낙인을 찍기라도 한다는 것일까?

실제로는 바다나 강으로 가는 이도 많을 터이고, 극장이나 운동장을 찾는 이도 부지기수일 것이다.
그런데도 어째서 대한민국 사람들은 죄다 산으로 몰려가는 것처럼 생각되는 것일까?
산길에 넘쳐나는 사람들의 홍수, 그 기세가 예사롭지 않은 것에서 그런 느낌을 갖게 한다.
또 있다. 산행에 나선 사람들의 유별난 차림새, 그리고 서로 다투듯이 마구 쏟아내는 시끌벅적한 소음이 한몫을 더해주는 것은 아닐까?

산행에 나선 사람들을 한 번 눈 여겨 보라.
얼마나 한껏 멋을 낸 차림인지, 마치 패션쇼를 지켜보는 듯한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바지와 윗도리, 바람막이 점퍼와 언더셔츠, 등산화와 배낭들이 이른바 '명품' 경연장을 방불하게 한다.
어디 그뿐이랴, 양손에 키 높이보다 더 긴 스틱이요, 얼굴에는 갖가지 기능성 마스크에다 선글라스까지 큼지막하게 얹혀 있다.

등산복이며, 등산장비 값도 장난이 아니다. 등산바지며 윗도리 한 가지에도 수십만 원을 우습게 호가한다.
스틱에서 장갑까지 제대로 갖추려면 그 돈이 그야말로 천정부지이다.
그래서 운동을 하러 산에 가는지, 옷 자랑, 장비 자랑 하려고 산에 가는지 모르겠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요란한 차림에 요란한 소음이 넘쳐나는 산길, 저자거리를 산으로 옮겨놓은 것도 아닐 텐데…!

수십 년 동안 산을 찾은 사람들 가운데는 날이 갈수록 곤혹스러운 느낌이 앞선다고 말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필자의 생각에는 오랜 세월 등산복은 곧 작업복이라는 등식이 자리해 왔다. 펄렁하고 느슨하여 쉽게 입고 움직이기 수월하면 그만이다.
고어텍스가 보온 방수에 좋고, 스틱이 관절 부담을 줄여준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얼굴을 뒤덮은 마스크와 선글라스는 피부와 눈 보호에 왜 효용가치가 없겠는가.

그렇지만 필자의 경우 등산복은 그냥 허름한 옷, 작업복이면 ‘닥상’이다.
산에서 숲에서 얼굴을 가린 마스크란 참으로 당치도 않다.
청정 자연의 세계에 안겼다면 어디 얼굴뿐이랴, 온통 맨몸을 드러내고 싶은 마음이 더 간절할 따름이다.
산에서는 그냥 물 같이, 바람 같이 자연세계에 동화되는 것이 지고지선(至高至善)이 아니겠는가.
무엇을 덧칠하고 떠벌이는 것도, 가리고 숨기는 것도 부질없는 노릇이다.

산이 좋아 산을 찾은 우리들이 할 일은 참으로 뻔하다.
무엇보다 자연의 진정한 모습에 눈을 뜨고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일 일이다.
자연에 대한 외경심(畏敬心)을 어찌 한 순간인들 놓치랴.
그런데도 사람의 소리인지, 짐승의 소리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야만(野蠻)과 야성(野性)의 소용돌이가 일어나기도 한다.
산에만 들면 ‘천상천하 유아독존’도 좋다는 것일까?

1975년 12월19일, 지리산 천왕봉을 처음 찾았던 그 날, 필자는 법계사 초막에 닿기까지 광주에서 단체산행을 왔던 이들로부터 여러 차례 야단을 맞았다.
필자는 '똥구두'라도 신고 있었지만, 일행인 사진기자는 단화에 바바리코트 차림이었으니, 천왕봉에서 하산하던 등산객들이 우리를 그냥 놔둘 리 없었다.
참으로 엄중하고 혹독한 꾸중을 눈물이 핑 돌도록 거푸 들어야 했다.
아, 그렇게 '야단치는 사람'이 그리운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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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경 2010.05.12 11:41
    산에서는 그냥 물같이 바람같이 자연세계에 동화되는것~~
    마음 깊숙히 들어오는 어느싯귀보다
    멋지네요
    저도 내일 아침산책엔 더욱 자연과 친구가 되어
    아름다운 초록을 이야기 나누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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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화수 2010.05.12 14:35
    어제 올린 글에 어색한 부분이 많아 오늘 고쳐 적었습니다.
    글 제목도 바꾸었습니다.
    해량을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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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veon 2010.06.10 09:01
    저마다 경쟁하듯 차려입은 모습들. . . 옷에 짓눌린 자연속의 마음이 많이 아팠던 기억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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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화수 2010.06.12 17:59
    진원님, 어머님 보살피시느라 고생 많으셨지요?
    늘 건강하시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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