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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지리마당>최화수의 지리산통신 -원본

조회 수 11188 추천 수 0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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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세이암, 세이정 위의 깊고 외진 능선 위에 나무 탁자와 의자, 거기다가 긴 줄을 늘어뜨린 '그네'가 있다. 이도령이 놀다 간 자리도 아닐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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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화개동천 세이암(洗耳岩), 고운 최치원(孤雲 崔致遠) 선생이 속세에서 난무하는 ‘더러운 소리들’을 씻어낸 곳이라고 하여 1천년 세월이 흐르도록 그 이름이 전해오는 명소이다.
화개천 계곡 바닥에 자리한 이 세이암의 한 쪽은 신흥사 터로 왕성초등학교가 서 있다.
하지만 그 반대편은 절벽처럼 아주 가파른 산비탈이 하늘을 가로막은 채 턱 버티고 있다.

근래 이 절벽과도 같은 산비탈에 길이 뚫렸다.
그 산비탈 위의 능선에는 몇 해 전에 세운 정자 세이정(洗耳亭)이 있는데, 세이암에서 세이정을 잇는 급경사 길을 열어놓은 것.
세이정은 이른바 ‘홍류동 섬등’에서 수월하게 오를 수 있도록 나무 데크를 이어놓았다. 그런데도 세이암에서 가파른 비탈을 타고 오르는 새 길을 열어놓은 것이다.

이 새로운 길은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세이정에서 능선을 따라 나무토막 등을 이용, 안전한 산길로 계속 열어 놓았다.
삼신봉을 향해 나아가던 이 길은 중간에서 방향을 틀어 국사암과 연결된다.
하동군에서 근로사업으로 희미한 옛길을 새로이 ‘분명한 길’로 조성한 것이라고 한다.

세이암에서 세이정을 거쳐 이 길을 따라 한참 오르다보면 뜻밖의 시설물(?)을 만나게 된다.
나무탁자와 긴 나무 의자가 친절하게 자리한다.
어디 그뿐이랴. 줄을 십수 미터나 길게 늘어뜨린 ‘그네’도 있다.
사람들이 거의 다니지 않는 외진 산등성이에 웬 ‘그네’일까, 좀은 황당한 느낌이 앞선다.

세이암에서 오르는 이 능선은 지리산의 일반 등산로가 아니다.
고로쇠약수나 약초를 구하는 주민들만 드나들었을 그런 곳이다. 그러니까 지난날에는 능선을 따라 아주 희미한 길이 이어져 있을 따름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지리산 산길로 치면 고속도로처럼 훤하게 뚫렸다.

지리산을 찾는 등산객들을 위해 하동군에서 이런 서비스를 했으니, 놀라운 일이다.
근로사업의 일환으로 했다니까, 누님 좋고 매부 좋은 격이다.
지리산의 많은 구역은 자연보존 구역 등으로 묶어놓고 있다.
그런데도 이곳은 등산로 개척뿐만 아니라 ‘산상 그네’까지 만들어 놓았으니, 어찌 굉장한 서비스가 아니겠는가.

“지리산권으로 관광객을 많이 보내주면 인센티브를 드립니다.”
지리산권 관광개발조합이 지리산을 끼고 있는 영호남 7개 시군의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관광객을 많이 보내주는 여행사를 상대로 ‘인센티브제’를 시행한단다.
오는 10월 말까지 경남 산청, 함양, 하동군과 전북 남원시, 장수군, 전남 곡성, 구례군 등 지리산 권역에 단체관광객을 많이 보내는 여행사를 선정하여 최고 1천만 원까지 시상금을 준다는 것.

지리산으로 관광객을 끌어 모으기 위해 참으로 별의별 짓(?)을 다 벌이고 있다.
관광회사에 시상금을 주고 단체 관광객을 끌어 모으려는 것이나, 외진 지리산길을 훤하게 닦아놓고 ‘산상 그네’ 시설까지 해놓은 것이나 그 속이 너무 빤히 들여다보인다.
‘지리산 관광 활성화’란 구호가 그 위에 어지럽게 난무하는 느낌이다.

올봄에도 예외 없이 지리산에선 산수유축제와 벚꽃축제가 열렸다.
그렇지만 산수유축제가 열린 지리산 온천랜드는 대온천 등이 문을 닫은 지 오랫동안 방치되고 있었고, 벚꽃축제가 열린 화개동천 역시 온천탕이 폐쇄된 채 버려져 있었다.
이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고도 남음이 있지 않은가.
‘관광객’ 어쩌구 하는 구호나 꼼수가 마냥 공허하게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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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경 2010.04.30 09:28
    자연그대로의 아름다운 유산을 후손들에게
    자랑스럽게 물려줄수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눈앞에 보이는 지리산의 현실의 일부가 참으로 마음을 어지럽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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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화수 2010.04.30 13:46
    이 세상에서 제일 좋은 것은 '자연' 그대로이지요.
    덧칠하고 장식하고 꾸미고 하는 것들은 결국 얼룩을 남길 따름입니다.
    지리산, 자연 상태 그래로 두면 더 많은 사람들이 좋아할 것 같은데...
    엉뚱한 시설물이 미묘한 느낌을 안겨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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