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키아누리브스의 "구름속의 산책" 이란 영화가 있었다.
실제보면 이영화의 제목에서 처럼 낭만적인 구름과 함께하는 장면은 없다.
엊그제 나는구름과 함께한 ( A waik in the cloud ) 기억이 너무선명하여 기록으로 남기고 싶다.
그것도 지리산에서 ......

오늘( 7.29)
올초 겨울 지리산을 찾았으나 갑자기 쌓인 눈으로 노고단에 발을 못들여놓고
겨우 불일폭포에서 멈춘 기억으로 아쉬운 여운이 지금까지남아 있었다.
그래서 이번여름은 이왕 내친김에 천황봉까지 한번 가자고 친구 찬호에게 제의하였고
기다렸다는듯이 호응 하여
장마가 끝나갈 7월말에 세석산장에 예약하여
7.29일 아침에 출발하여
10시경 찬호네 공장(현도산업) 에 도착 채비를 갖춘다음 지리산으로 출발하였다.
며칠간의 장마로 날은 더욱 맑았고 때마침 남사마을 지날때 축제의 프랜카드가
더욱 마음을 들뜨게 하였다.
* 남사마을은 100여호의 한옥이 보존되어있는 지리산의 전통마을
지리산가는길에 단성 IC 를 지나 문익점기념관 또 가까이 또성철스님의 겁외사를
지날때 언제나 이제야 내마음의 고향 지리산에 왔구나 하는 마음이 든다.
오늘은 거림에서 세석대피소 까지 도보행군 이다.
도보행군.... 이말도 정겹다 군에 입문하여 첫야전교범이 " 각개전투및 도보행군 100-10-1)" 이다.
아침부터 부산을 떨어 피곤감도 있고
해서 영양보충하고 힘을 좀 낼거라고
경치좋은 냇가에서 삼겹살3인분을 시켜 소주한잔으로 출정주(出征酒) 삼아 마시고 출발하였다.
산행시작( 7.29. 14:00 )
마음이 썰레었다. 2007년 이후 나는 현실에 급급하여 거의 지리산을 찾지못했다.
아 ~
2002년도 즈음부터 2007년 까지 거의 철마다 찾곤하던 지리산을
전역과 새로운 삶의 준비등으로 한동안 멀리했다
그래도 기억을 되살리면
2015년에 지리산 둘레길 답사차 처와함께 남원 운봉면에 한번들러 송만갑 명창 기념관보고
올초 역시 찬호와 연곡사 화개장터 불일폭포 를 찾은적 있다.
이곳 거림에서 출발은 어느해(2007년쯤) 눈 엄청오는날 동기생 유영철 지용해 부부와 함께 오르다
길을 잃어버릴 정도로 힘들게 오른적이 있다.
오늘은 너무 가볍다.
날도 좋고 , 컨디션도 좋고 ......
물소리 콸콸... 바람소리 살랑살랑.. 새소리 삐유 삐유
나는 노래 부르고 찬호는 뒤에서 흥얼흥얼 ... 즐거운 산행의 시작이다.
한시간쯤 지나 오르막은 계속되고
계곡의 물소리가 어찌그리 큰지 비경의 숲에서는 물소리만 가득하다.
소동파 시의 첫구절 계성변시 장광설(溪聲便是 長廣舌) 이 생각난다.
맞어 자연의소리 , 어쩌면 부처님의 법문과 같은거야
그런데 천주교인인 나는 또 하나의 느낌이 왔다.
살랑거리는 바람... 이또한 자연의 섭리지만 하느님의 사랑처럼 부드럽고
나의 오감을 활짝 열어 놓는다.
이 폭염은 무얼까 , 그래 자연이 부처님이 하느님이 이렇게 베푸는데도
아침부터 저녁까지 내위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그 행위에 대한 회초리가
아닐까 한다.
계곡의 물소리는 부처님의 법문이요
부드러운 바람결은 하느님의 사랑이라
내려쬐는 햇살은 내고해의 보속이다.
보속... 죄에대해 벌을받음

이런저런 생각하면서
두어시간 걸으니 드디어 어깨에 부하가 걸려 배낭이 무거웠다.
일용할 양식과 막걸리 한되 짜리가 원인이다.
서로 나눠서 지고 갔는데 나도 친호도 년전에 무릅수술한 경력이 있는 사람들이다.
출발할때부터 걱정을 많이 했는데 다행이 아직은 튼튼하고 쓸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간간이 쉬 면서 물마시는데 물이 그렇게도 맛이 있다.
땀을 흘리고 호흡이 가빠진다.
지금 이순간은 나의 생리적 원초적반응만이 나를 지배한다.
어쩌면 가식에 젖고 남이 작성한 잣대에 맞춰 생활한다고 고생한 나자신에 대해
자신 본연의 반응으로 나를 느끼는 순간일것이다.
쉬운말로 " 아무생각없이 생존을위한 호흡에만 집중하며 발끝을 쳐다보며
자빠지지 않게 준비하는것" 어 ~ 이거 써놓고 보니 도보명상의 내용과 비슷하네....
이 깊은 숲속길에도 사람을 만난다.
한분은 처가 뇌경색이 와서 하던일 집어치워고 병간호에만 열중하다
이렇게 지리산에 와서 아무생각없이 땀흘리면 다시 힘이 쏫아 더 열중하게 된다는
60대 초반의 청년인데 찬호와 나는 간간히 질문도 하지만 대체로 다 들어주고 위로 해준다.
별다른 말이 있겠가.
그냥 들어주고주는것도 보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1km 남기고 삼거리에서 또 한명의 청년과 조우했는데 그친구는
대구에서 왔는데 ROTC 복무후 회사원으로 있는데 가끔 혼자만의 시간을
지리산이나 설악산에서 보낸다고 한다.
허어~ 젊은시절 나를 보는 기분이다.
그친구와 이런저런 애기 하면서 셋이서 동행하게 되었다.
여섯시 반경 드디어 세석대피소에 도착하였다.
두시반에 출발하여 거의 세시간 반 휴 ~ 세시간이 넘게 결렸다.
세석에서 쉬면서 저녁준비

세석대피소의 저녁
저녁을 라면과 햇반으로 해치우고 바로 씻고 산장안으로 들어갔다.
군 내부반과 비슷한 구조의 산장은 예전처럼 모포대여도 없고 매트리스 도 없다.
그참 ... 물론 인지하고 가벼운 모포대용을 준비는 했지만
그리고 1층은 여자용이고 2층이 남자용이라 1층의 열기가 2층으로 전달되어
삼복더위 폭염도 이높은곳이라도 비켜 갈수 없었다.
홑이불 하나 덮고 너무 참기가 힘들어 내려가서 복도에 그냥 벌러덩 누웠다.
이곳에는 생존이 우선이고 그저 기본적인 예의만 갖추면 된다.
이런 오지에서 그냥 서로 형제처럼 어려움을 같이 나누면 그만이다.
자다보니 옆에 친호도 보였다.
자는둥 마는둥 아침에 일어났으나 개운치 못했다.
2일차 (7.30)
어제의 불안전한 취침으로 천왕봉 아침일출은 포기하고 6시에 햇반과 김치로 해결하고
7시에 천왕봉으로 출발하였다.
장터목산장까지 4km, 천왕봉 까지는 또 1.7km 가야한다.
세석에서 장터목까지는 길이 대체로 좋은편이다.
특히 길가에 꽃이 많아 1600~1900m 의 능선에 꽃길이라 지금도 기분이 좋다.
주황색의 동자꽃 , 수염처럼보이는 산오이풀 , 등골나물, 취나물꽃,산백당
특히 모시대가 일품이다.
파르스럼한 색깔과 흰색깔이 모시대가 지리의 기운을 받아 너무나 청초하게 피었다.

인상적인 모시대
두시간만에 장터목에 도착.
목을축이고 짐은 그대로 두고 물과 막걸리만 넣은 베낭하나를 메고 가기로 하였다.
여기서 1.7 km 의 구간은 그야말로 경관이 너무 수려하다.
제석봉의 고사목이 역사를 다 간직한듯이 고풍스럽게 서 있고
반야봉이 보이고 저멀리 함양 산청 진주가 다 보이고 산겹겹 물겹겹의
백두대간 산하가 눈에 들어온다.
제석봉 에 이르는길
중앙에 반야봉 이 보인다.
드디어 장터목에서 출발 한시간 여 만에 천왕봉 도착.
2024.7.30 12:00
1915m
북을 제외한 산중 가장놓은산. 제주도 한라산이 1950m이나 바다건너니
육지에서는 가장높은산이며 우리민족으 등줄기인 백두대간의 시발점이다.
하여 저 사진뒤쪽의 정상석에는 " 한국인의 기상 여기서 서 발원하다"
저 높은산에서 아래세상을 쳐다보면 세상이 너무 미미하다.
저곳에서 아웅다웅 하면서 사는게 어쩌면 어리석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한때 노산 이은상이라는 유명한 시인이
(예전에는 누구나 아는 시인이었는데 요즘은 존재감이 있는지 ?)
이곳에 와서
" 잘나고 높다는 자여 !
부귀를 자랑하는자여
한줌의 티끌도다 오히려 가소롭기만 하다"
라고 천왕봉이라는 시로 일갈했다.
동감이다.
한삼십여분 머물면서 어제부터 힘들게 지고간 막걸리 한되를 나눠마시고
또 몇잔은 보시도 하고 그래도 남기에 내가 서너잔을 마시고
혼자만의 시간을 즐겼다.
찬호는 찬호대로 모르는 사람과 어울려 사진찍고 포즈 취하고......
하산(下山)
이제 임무를 다했으니 하산 해야 한다.
호흡도 呼(호) 내쉬는 숨 흡(吸) 들이키는 숨 중에 어느게 더 중요할까
명상가 나 숨쉬기 전문가가 이구동성으로 내쉬는 숨이 더욱 중요하다 한다.
등산도 마찬가지다.
올라오는것 중요하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건 내려 가는것이다.
인생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근데 막걸리 서너잔먹었으니 더욱 조심할수 밖에 없다.
천왕봉에서 제석봉을 내려오며 나와 찬호는 살아오면서 겪은 애기를
가감없이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향후의 생에 대하여 더 재미있고 의미있게
하기위하여 격려하고 격려받고 하면서 즐겁게 내려왔다.

이름없는 바위에서

촛대봉에서
내리막길 8km
무념무상으로 내려왔다.
엄청 지루하였고...... 그러나 이런요소들이 또 지리산으로 나를 이끈다.
마무리
어제 산길 6km 오늘 15 km
너무 오랬만에 나를 힘들게 하여 찌든때를 뺸다고는 했으나 65년 묵은 때가
그리쉽게 빠질리야 .......
그러나 혼신의 힘을 들여 가쁜숨을 몰아쉬며 원초적인 생명현상에만 의존한채
머리를 비워보는것도 생을 살아가며 큰 쉼표 일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가끔식 무리한 계획도 합니다.
그렇게 야무지지 못한몸과 맘으로 20대에 모험에 도전하여 지금까지 살아온것처럼
앞으로도 오물투성이인 나자신을 가끔식 돌아보며
털어지지는 않더라고 털어려는 의지는 가질려고 합니다.
삐뚤삐뚤 세상을 살아가더라도 방향성은 잃지않으려고 합니다.
그리고 어제 오늘 동행한 친구 찬호에게 많은것을 듣고 배웠다.
이친구는 중학교 같이 졸업하고 공장다니면서 고교/대학을 다 야간으로 나온 집념의 사나이 이지요.
늘은 아니지만 때때로 이런 기회를 가져
광대한 자연에 미미한 나를 맞겨 바람부는대로 날려 가기를 소망합니다.
그냥 갈수없어 작년 여름(24.7월) 산행기 올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