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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응도를 보면 이쯤에서 멈추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됩니다.

 괜스레 별 관심도 없는 글들로 이 사이트를 훼손했습니다.

 이전 포스팅도 이달 말일 모두 삭제하겠습니다.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baggsu/ 으로 모시겠습니다.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그리고 미안하기도 합니다. 


제3장 마음보다 먼저 길들여지는 몸

제8절 가르쳐 줄 스승도, 이정표도, 등대도 없다

 

괜히 난이도 「상」이겠어. 임도는 차가 다닐 수 있도록 그나마 경사를 줄

이기 위해 산을 휘감으며 만들어졌으니 보행 전용 산길에 비해 경사는

덜한 편이다. 신촌재에 올랐지만 눈이 번쩍 뜨이는 풍경은 없다. 역시나

예외가 없다. 자리에 앉자 J가 베이스캠프지기 박종원이 공급해 주어

균등 배분했던 초코바를 재빨리 배낭에서 꺼내 하나씩 돌린다. 받아먹

으면서 L이 한마디 한다. “무게 줄이겠다는 거지. 어림없다.”이 친구,

다 먹고는 자기 배낭에서 하나 꺼내 바로 현장에서 상환했다. 무게와의

전쟁은 이처럼 치열했다. 신촌재 벤치에 걸터앉아 쉬고 있는데 젊은 여

인네 둘이서 미소까지 지어가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올라온다.

가만히 생각하니 3일차 웅석봉에서 만났던 부부 - 그마저도 당일 등산

객으로 보였지만 - 이후 3일만에 만나는 여행자이다. 다행히 반대편은

그리 가파르지 않나 보다. 앞으로도 고개 두 개를 더 넘어야 한다. 일일

등산객과 둘레길 여행자의 차이. 특히 한 번에 종주하고자 하는 여행자

는 절대 반대편에서 오는 사람에게 길이 어떻게 생겼는지 묻지 않는다.

별로 알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차라리 모르고 가는 편이 속 편하다는

걸 이미 터득했다. 사람을 거의 만나지 못한 탓도 있지만 돌이켜 보면

누구한테도 길을 물은 기억은 없다. 정말 답답했던 한 구간은 예외다.

그것도 휠체어를 탄 분에게 길을 물었으니 얼마나 답답했으면 그랬을

까? 우리에게 묻는 사람은 간혹 있었다. 그냥 하루 이틀 정도 걷는 사람

이다. 인생길이 다를까?

 

언젠가 친구와 그런 농담을 나눈 적이 있다.

“누가 좀 가르쳐 주면 좋겠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무얼 해야 하는지.”

“턱도 없는 소리하지 마라. 이제는 회초리 들고 때려 가며 가르쳐 줄 사

람 아무도 없다. 스스로 찾아 가야 한다.”

그래 언제부터인가 50대 초반인 우리에게는 스승이 이미 사라졌다. 이

정표도 등대도 없다. 어디로 가야 할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물을 곳도

없다. 대부분의 경우 고아가 되었다가 이 세상을 떠난다. 그렇지 못하면

그건 더 큰 문제다. 그런데 고아가 되기 훨씬 이전에 스스로 방향을 잡

아 갈 나침반을 마련해야 한다.

 

인생을 여러 일에 비유한다. 내가 접한 가장 적절한 비유는 사막 여행이

다. 사람은 특히 한국에서 글줄 깨나 읽었다는 중년 남자들은 인생을 등

산으로 여긴다. 남들보다 1초라도 먼저 1cm라도 높이 가려 한다. 산으

로 치면 에베레스트가 최고(最高)인데 꼭대기 면적이 채 2평이 안되는

데 그 누구도 이곳에서 10분을 머문 적이 없단다. 아니 딱히 오래 머물

이유도 없다. 춥고 바람도 세차기 때문에 사진 한 장씩 빨리 찍고 내려

오는 것이 상책이다. 그런데 이 에베레스트를 찾았던 많은 사람들이 죽

어서 돌아왔거나 아니면 아예 돌아오지 못했는데 통계에 따르면 80%

이상이 하산길에서 문제가 생겼단다. 정상을 향한 준비는 아주 철저하

게 한다. 허나 하산은 공짜이거나 등정의 역순인 줄 알고 상대적으로 소

홀히 한다. 그래서 사고가 생긴다. 인생이라고 다를까? 정상에서 마무

리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렇게 살다 간 사람은 얼마 없다. 박수칠 때

떠난 자가 그리 많지 않다. 미련이 많기 때문이다. 그 박수가 천년만년

울려 퍼지리라는 환상에서 빠져 나오기가 어렵다.

 

그런데 등산은 그나마 한 가지 의지할 것이라도 있다. 지도! 물론 미지

의 루트를 개척하는 사람도 없지는 않지만 대부분 남들이 밟고 지나간

길을 가게 마련이다. 인생은? 이 길이 누군가가 밟고 간 길인지 아니면

내가 처음 밟는 길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인생을 사막횡단이라 했다. 사

막에는 지도가 없다. 아니 존재할 수가 없다. 제 아무리 정교한 지도를

그려본들 인쇄기가 돌고 있는 그 순간 바람 한 번 불고 나면 아무 소용이

없다. 그래서 사막을 횡단하고 싶다면 ‘나침반’을 가지라 했다. 어떤 상

황에서도 변함 없이 남북을 가리키는 나침반! 이걸 들고 한 방향으로 가

라. 조금 돌아가는 한이 있더라도 한 방향으로 가라. 그래야 반대편으로

사막을 건널 확률이 높아진다.

 

사막에서나 산에서 조난을 당해 결국 세상을 떠나는 이들에게서 발견되

는 공통점이 있단다. 계기 비행에 의존하던 시절 큰 구름에 갇혔던 조종

사들도 마찬가지였다는 선회(旋回)! 그것이 문제다. 오르락내리락. 동

으로 서로. 왜 이리 구름이 크지? 돌아가 보자. 결국 제자리에서 맴돌다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종말을 맞이하는 것이다. 물론

나침반이 가리키는 한 방향으로만 꾸준히 걸어간다고 해서 사막을 탈출

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다만 확률은 높다.

- 사막을 건너는 여섯 가지 방법, 스티브 도나휴.

 

나는 지금 나만의 나침반을 만들고 있는 중이다.

 

오늘 저녁 만찬을 준비할 순필에게 대충 위치와 남은 시간을 이야기할

겸 전화를 했다. 통화 말미에 던지는 그 친구가 내뱉는 한마디!

“하늘 잘 봐라. 걷는 놈 위에 나는 놈 있을 거다.”

“뭔 소리야?”

 

먹점재에 오르니 왼쪽으로 섬진강이 보이고 강변 모래사장과 악양벌의

서쪽 자락이 눈에 들어온다. 그래 그렇게 고생해 올라왔으면 이 정도는

베풀어야 온당하다. 반갑다. 1998년 여수에서 1년 반 근무했을 때부터

3년 전 여수 EXPO를 구경하고 진해로 돌아가는 길에 들른 것까지 서너

번은 다녀 간 곳이다. 다만 늘 섬진강 쪽에서 평사리로 접근해서 최참판

댁, 즉 북쪽에서 남쪽을 내려다보았을 뿐, 남쪽에서 내려다보는 악양벌

은 색다른 느낌이다. 언젠가는 화엄사까지 들며 나며 연이틀 계속 들른

적도 있다. 난생처음 개량한복도 사고, 이런저런 기억이 깊은 곳이다.

 

빨리 가야지. 시장기가 돌기 시작했다. “대축 가서 시원한 멸치국수나

먹자.” 야무진 꿈이었다. 포장 임도를 따라 내리막길을 재촉하다 보니

SUV 차량들이 심심치 않게 왔다 갔다 한다. 순간 한 친구가 외친다. “야

저기 나는 놈들 있다.” 그래 근처에 행글라이딩 활공장(滑空場)이 있었

다. 내일은 맞은편 형제봉에서 또 행글라이더 활공장을 만나는데 나는

안내판을 보는 순간 ‘활을 만드는 공장’이라고 생각했다. 때로는 한자(漢

字)가 편하다. 여하튼 저 언덕에서 이륙한 행글라이더는 악양벌을 날아

다니다 배가 고프거나, 대소변이 마렵거나, 팔다리가 아프면 섬진강가

모래사장에 착륙한다. 지인 중 어느 행글라이더 마니아는 하도 급해서

공중에서 액체를 배설한 경우도 있었다고 고백했다. 따지고 들자면 옛

날 열차 화장실과 같은 원리이지만 바람의 방향에 좀 조심할 필요가 있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승기류라도 만나면…

 

‘그래 하늘을 날고 있는 넌 지금 행복하냐? 나는 지금 6일째 100Km를

걷고 있다. 나는 길짐승인데 넌 날짐승이냐? 나는 내 힘으로 걷고 있다.

비록 맨발은 아니지만 나에게 주어진 원초적 능력으로 움직인다. 너희

들이 전혀 부럽지 않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세상이 어떨지 모르지만 바

닥에서, 같은 높이에서 바라보는 세상도 아름답다.’

  • ?
    청솔지기 2017.03.21 19:39
    그동안
    님의 발자욱 따라서 주욱 걸어보았는데.....
    좋은 글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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