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지리산

정진원의 지리산이야기

정진원 프로필 [moveon 프로필]
산 이야기
2001.11.01 18:09

차꽃이 지고 있어서. . .

조회 수 3982 댓글 3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차꽃

하늘이 좋은 나무로 하여금 귤나무와 같은 덕을 지니게 하였으니 태어난 천성을
바꾸지 아니하며, 남쪽나라에서만 자라도다.
달콤한 잎은 우박과 싸워 겨우내 푸르고 흰꽃은 서리에 씻겨서 가을 경치를 빛나
게 하더라.
고야산에 사는 신선의 살결같이 희고 연부단금 같은 향기로운 열매를 맺는다.
차나무는 과로와 같은데 그 잎은 치자와 같고 꽃은 백장미와 같으며 꽃술은 금
같이  누른데 맑고 은은한 향기를 내더라.
이상이 초의의  東茶頌에 나오는 차꽃에 관한 감상이다.

차나무는 중국원산의 상록 관목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영,호남의 남부 지방에서
만 자란다. 이른 봄 새의 혀같은 여린 잎을 채취하여 차를 만들고 가을에는 또
한번 아름다운 꽃으로 인해 그 품격있는 일생을 아름다이 엮어 가는 것이다.
사람들이 그의 이로움을 반드시 먹거리를 제공하는 것에 국한한다면 그것은 매우
편협한 행동이 아닐 수 없다. 무릇 나무나 식물의 아름다움은 꽃을 피운다는 점에
있다고 볼때 차나무 역시 아름다운 자신의 황금기를 가지되 다만 조락을 거듭하는
가을에 그 찬란한 아름다움을 발하는 것이 오히려 더욱 애처롭게 느껴진다.

스산한 기운이 무르익을 즈음에 파아란 자신의 잎사이로 희고 청아한 모습을드러
내되 결코 요란하지 못하다. 다소곳이 아래로 고개를 떨군 모습은 그렇다고 그리
나약해 보이지 않는다. 탄력있는 육질의 꽃잎은 미백의 흰 빛으로 아련한 그리움
을 낳게 하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새봄의 화려한 자신의 영락을 지켜보고 다른 꽃들이 모두 열매를 맺고 사라지려 할
즈음에 화려하지만 품격있는 모습으로 자신의 입술을 연다.
이런 가을날이면 그 차나무 아래 찻자리를 열고 차꽃 한 자루씩 찻잔에 담아 1년을
마시는 기쁨을 어찌 茶人들의 손끝에서만 느낄 수 있으랴?
늘 가던 山寺의 은행 나무숲은 황금빛 은행잎이 불타오를 즈음 6백년이나 되었다
는 차나무 숲에서 점점 별하나의 꽃잎들이 차오르기 시작한다.
아니 이미 그 별들이 지고 있다.

이 가을 벌써 나의 가슴 속으로 푸른 茶香과 은행나무 황금빛 바람들이 스며드는
것을 느낀다. 올 가을은 누구와 함께 가야 할 것 같다.

문득 삼국지의 유비가 강남의 차를 구하기 위해 저자에 나섰다가[어머니를위해]
家寶였던 보검을 댓가로 내어놓고 차 한종지를 사왔다가 어머니께 꾸중을 듣고
다시  바꾸어 왔다는 일화가 생각이 난다. 맛있는 차야 당연히 그럴 만한 가치가
있겠지만 차맛이 아무려면 어떤가? 맛을 모른다면눈으로 보는 아름다움이라도
능히 그 가치가 있는 것을.. .
차꽃 차를 만들어 찻잔에 띄우고 홀연히 다시 계절을 피우는 그 멋도 취해 봄직
하지 않을까?[웃음]

  • ?
    아영호 2003.03.25 21:41
    ㅁㅓ~언 이전에 나는 어느 스님 에게서
    차 한잔을 대접 받은적이 있다,
    차맛이래야 거기서 거기 겠지만
    적당히 땀 흘리고 적당한 자연경관이
    어우러진 곳에서 올달샘 물이 아니면
    또 어떠랴 진귀한 차잎이 아니라도 좋다
    서로 바라만 보아도 대화가 아니 맘이
    동할겄 같은 벗을만나 차한잔 나눔이 있다면 그 이상 무얼 바램 할꼬,
  • ?
    moveon 2003.05.07 17:23
    차맛을 아시는 군요.
  • ?
    parkjs38 2003.10.21 13:26
    완당 선생 초의선사께 그리 집요하게 차를 보내달라 요구한 것은 차 맛이 그리워서 그랬을까.. 아님 초의선사의 그 마음을 가지고 싶어서 그랬을까..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 산 이야기 차꽃이 지고 있어서. . . 3 moveon 2001.11.01 3982
221 산 이야기 여래의 눈 3 moveon 2001.11.06 2845
220 산 이야기 서화담 과 반야봉. . 2 moveon 2001.11.08 2661
219 산 이야기 지리산 범왕골 --버림의 美學 1 moveon 2001.11.09 2764
218 산 이야기 은둔의 기상--지리산 단속사지 政堂梅花 2 moveon 2001.11.10 2225
217 산 이야기 雨中山行 2 moveon 2001.11.12 2743
216 산 이야기 선비샘과 벽소령 여름 1 moveon 2001.11.12 2662
215 산 이야기 몽수경 한 갈피--차일봉 "우번암" 그 사람 1 moveon 2001.11.19 2497
214 산 이야기 沈默은 言語의 여백--- 목통골 觀香停의 겨울 초입. 2 moveon 2001.11.25 2350
213 산 이야기 지리산 백배 즐기기--주 능선 무인 카페[?] 1 moveon 2001.12.18 3185
212 이야기 최참판댁과 조부자 집--지리산 평사리. 1 moveon 2001.12.23 2622
211 산 이야기 덕유산 . . .남덕유 1 moveon 2002.01.04 2106
210 산 이야기 2002년 겨울 지리山 연하천--그곳에만 있는 특별함. 4 moveon 2002.01.14 2490
209 이야기 다시 /문/수/대/에.. . 3 moveon 2002.01.22 2295
208 이야기 전설[?]속의 반야봉 묘향대. 5 moveon 2002.02.01 2685
207 이야기 지리산의 또 하나의 아름다움 3 moveon 2002.02.07 2581
206 산 이야기 그 山 그 사람--겨울 마지막 산행속에서 만난 얼굴 1 moveon 2002.02.22 2429
205 산 이야기 뜻하지 않은 만남-牛飜庵 그 스님 1 牛飜庵 2002.02.25 4646
204 산 이야기 "깨진 소줏병속의 들꽃" 6 moveon 2002.02.27 2320
203 이야기 꽃 소식 유감. 6 moveon 2002.03.04 1995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2 Next
/ 12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