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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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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방다화
                    4월 그 벚꽃 아래 차 마시며
                                            김 필 곤(차문화평론가)
                                   오 병 태(차문화사진가)



   4월은 꽃마음과 차마음의 달이다. 꽃이 피니 차도 같이 피고, 차가 피니 꽃도 함께 피는 '꽃과 차'의 계절이고 '차와 꽃'의 계절이다. 누가 뭐래도 4월은 꽃과 차의 색.향.미로 천지를 물들이고 누리를 온통 감미롭게 해주는 달이다.
   은은히 번져가는 연두색으로 물감을 풀어내는 산과 들은, 산새와 들새들이  그 고운 음색과 음률로 들려주는 교향곡과 교향시의 전당이 된다.
   꽃 피고 새 우는 이런 계절의 이런 날에는, 차를 끓여도 꽃나무 아래에서 끓여야 하고, 차를 마시되 새들의 노래 속에 마셔야만 한다.
   꽃과 새와 차와 사람이 하나로 어울려서 다도풍류를 맘껏 즐기는 계절이 눈부시게도 아름다운  4월인 것이다. 풍류란, 자연과의 한가로운 교감 속에서 정취와 흥취를 그냥 값없이 얻어 즐기는 삶의 미학이며 생활의 예술이다.
  사람과 꽃 사이에 차가 있고, 꽃과 차 사이에 사람이 있을 때, 우리들은 일상의 잡다한 피곤함으로부터 벗어나 맑은 기쁨을 느낄 수가 있다.    
  꽃향기와 차향기에서 맑고 고요하게 차를 끓여 마시는 사람의 향기까지가 더해진다면, 이미 그것 만 가져도 아름다운 삶을 살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꽃 피는 화개동에 화사하다 못해서 무너질 듯이 황홀한 시오리 벚꽃이 활짝 피어 있다. 그러나 요즘에 와서 벚꽃이야 그 어딘들 없겠는가. 진해벚꽃, 경주벚꽃, 남해벚꽃, 해남벚꽃
군산벚꽃, 전주벚꽃 등 하고한 벚꽃이 널려 있지만, 아무렴 화개장터서 쌍계사까지의 화개천 시냇물에 꽃그림자 드리운 시오리 벚꽃길의 눈부심에 비하랴?
  꽃들은 저렇게 화사한 미소를 지어도 소리가 없는데, 꽃을 보는 사람들은 꽃과는 다르게 괜히 들떠서 시끄럽기 십상이다. 특히 벚꽃철의 상춘객들은 더욱 그렇다.
  꽃들의 꽃벗이 되려는 사람은 조용한 미소를 보내는 꽃처럼 차분히 아름다운 마음을 열어야 한다. 그것이 화심(花心)인 꽃마음이다.
  꽃마음과 차마음 그리고 시마음은 그 본질을 함께한다. 시심의 바탕에서 다심을 얻고, 다심의 바탕 위에 화심을 읽을 수가 있는 것이다.
  꽃에는 시가 있고, 시에는 차가 있다. 하물며 꽃 피는 화개동천 휘움한  꽃 그늘 아래 차를 마시면 마치 그 꽃잎 같은 시구절이 찻잔 위에 떨어진다.

         지리산 흰 구름 아득한 골짜기
         섬진강 그 물결 따라 찾아온 새 봄
         화개동 시오리에 꽃은 피는데
         연두색 일창일기 아련한 새싹
         착한마음 고운 손길 산골 아낙들
         한 촉 한 촉 정성 드려 작설차 따네.
                        - 한 냇 물  시 <작설차 따네>

   벚꽃은 참한 차벗들과 함께하면 '벗꽃'도 된다. 벚꽃이 피고나면 작설차의 어린 새싹도 돋아나 아련한 향기로 차를 즐기는 차벗들을 부른다. 그래서 벚꽃은  또한 '차벗꽃'이다.
   벚꽃이 무너질 듯이 실로 무너질 듯이 피어 있는 벚꽃 그늘은 그대로가 풍류의 전당이며 다도의 요람이다. 벚꽃은 다른 꽃과는 달리 하늘을 가리고 땅을 덮어서 우리들의 심신을 벚꽃처럼 피게 한다.                    
   네 사람은 너무 많고 두 사람은 아쉬워서 세 사람이 둘러 앉아 차를 끓인다. 벚꽃 그늘 속에서는 꿀벌들이 잉잉대고, 다로에다 오려 놓은 무쇠탕관 속에서는 찻물 끓는 소리가 경쾌하고 신명난 율조로 돌돌거린다.
화취( 花趣)와 다취(茶趣)와 시취(詩趣)의 삼취가 삼중주를 이루어서 차풍류의 자리를 더욱 고조 시킨다.
   화개동천에서 시오리 벚꽃이 그토록 삼삼한 꽃 잎을 떨구면, 곧바로 이어서 산벚꽃이 핀다. 산도 들도 마을까지도 지천으로 피어 있는 벚꽃으로 인해서 꽃 피는 그 화개동의 진면목을 제대로 보여 준다.
   꽃과 차와 시의 아름답게 황홀한 화두를 안고 세 사람이 둘러 앉은 삼취풍류(三趣風流)의 자리에는 고운 꽃잎이 사쁜히 떨어지며 차마음에 꽃마음을 수놓고 있다. 이럴 때에 시마음은 따로가 아니고, 차마음과 꽃마음 속에 자연히 절로 녹아 있는 것이다.
   벚꽃은 활짝 핀 벚꽃도 한없이 좋지만, 그것 못지않게 하얀 꽃잎이 바람에 흩날리는 낙화의 장관에는 도저히 비길 수가 없다. 낙화의 순간이야 아쉽고 섭섭해도 꽃잎을 아무 미련없이 떨구는 그 버림의 아름다움은 벚꽃이 단연 꽃 중에서 으뜸이다.
   벚꽃잎은 져서  추하고 지저분한 꼴이 아니고, 자기의 둘레를 꽃잎으로 온통 수를 놓는다. 벚꽃잎은 떨어져서 멋있는 화문석의 돗자리를 만든다. 낙화 속에서의 다도풍류는 화문석을 펼쳐 놓은 풍류인 것이다. 매달려 있을 때보다도 떨어져서 더 아름다운 낙화의 미학을 벚꽃은 보여 준다.
  나는 낙화의 실로 환상적인 아름다움을 느낀 것이 가지산 석남사를 찾아 갔었을 때였다.그것은 무려 아득한 15년 전의 일인데, 석남사 차스님이 산벚꽃 그늘에서 석남차 한 잔 끓여 보자는 엽서를 보내와서 당장은 못가고 며칠이 지난 후에 어렵게 찾아 갔었던 것이다.
   추억에 아롱진 낙화의 미학은, 석남사 그 푸른구름돌다리(청운교) 밑으로 흐르는 청옥색 시냇물 위로 산벚꽃잎 바람에 떨어져 무심하게 흘러가는 모습으로 이른바 낙화유수였다.
  산벚꽃 홀로 피고 홀로 떨어져 아득히 흘러가는 낙화유수의 그림 속에 서서 나는 한없이 깊은 생각에 잠겼었다.
  
           봄이 다 간다고
           가지산 석남사의 봄이 간다고  
           보리수 속잎같은 기별이 와서
           비비비
           비구니 스님한테 기별이 와서
           가지산 석남사를 찾아 갔더니
           비비비 비비비 비구니 스님은
           구름 따라 훌훌히 떠나 없었고
           철 늦은 산벚꽃 석남사 벚꽃
           홀로 피어 오늘은 꽃잎만 져서
           청운교 그 밑으로 흐르는 냇물
         꽃잎 싣고 흘러만 가고 있구나.
                  - 한 냇 물  시  <가지산 석남사의 봄이 간다고>


  들벚꽃 산벚꽃이 아름다운 자태를 감추고 나면, 화개동천 아낙들은 이 골짝 저 기슭에서 햇찻잎을 따오는 계절이 된다. 이제부터 꽃마음 허허히 무너진 자리에다 햇차의 향기를 가득히 담을 때다. 아릿하게 고여드는 햇차의 향기로 인해 우리들의 심신도 맑고도 영롱하게 깨어날 것이다. "차는 자연의 향기고, 시는 마음의 향기다."

-하동송림 수희재에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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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명 2009.04.16 11:03
    꽃피는 화개동은 화사함 이를데 없는 그 4월입니다 본문 속에 벽사시인님의 말'사람과 꽃 사이에 茶가 있고, 꽃과 茶 사이에 사람이 있을 때, 우리들은 일상의 잡다한 피곤함으로부터 벗어나 맑은 기쁨을 느낄 수가 있다.'하십니다 4월은 그 햇차를 채취하여 만드는 차 손이 바쁜 시절이기도 합니다 화개골짝 차맛이 그립습니다 멀리서...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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