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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레네 글방입니다.
2008.07.19 15:09

섬진강 빠가사리

조회 수 140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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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에 장대비가 내립니다.
본격적인 여름도 닿기 전에 너무도 무더웠던 요 몇일간의 더위가 싹 가십니다.
지나간 시간 제게 위로를 준 늘 산책을 나간 섬진강변이 떠오릅니다.
일전에 이야기했듯 초기에 써둔 지리산 섬진강 에 대한 글 중
지금 사이트에는 없어진 글이 있는데, 오늘 날씨에 기억이 나는군요.



섬진강 빠가사리

장대비가 온 후의 섬진강 물살은 볼만합니다.
유속이 빠른데다 휘돌아가며 흐르는 탁류는 섬뜩한 느낌을 넘어서  
망연스런 빨아드림이 있습니다.
아마도 격동기 지리산 골짜기를 적신 시대의 아픈 핏물을 모아
세차게 흐르는 것만 같기 때문일 것입니다.
죽은 자의 넋을 건지듯 저도 이웃 분들과 낚시를 했습니다.
구경만 했을 뿐 한번도 내 손으로 낚시를 해본 적이 없었는데...
20살 적에 친구가 붕어 낚시한다는데 따라갔다 수면 위 찌만 바라보다 졸다
결국 라면만 끓여먹고 온 기억이 있었습니다.
그 이후 낚시란 지겹고 따분한 것이란 생각이 자리잡아 낚시에 마음조차 없었던 저였는데,
이젠 강가에 사니 강사람 흉내는 내보아야지 하는 생각도 있었기에 따라나섰습니다.

석주관 칠의사(옛 신라 백제의 국경을 석주관이라 함. 이곳에서 임진왜란때에 구례에 사는 일곱의사-그들의 식솔, 머슴 등 더 많았지만 아마도 가문에 이름낸 유생이 7인이었던듯-가 화엄사의 승병들과 더불어 그곳에서 왜병들(아니 여기선 국가관이 투철하려면 왜놈이라고 해야겠지만) 하여간 그 도적떼들을 맞아 장렬히 싸우다 모두 죽은 곳)앞의 계곡물이 섬진강에 합류하는 곳에 차길을 건너 둑 아래 강으로 내려갔습니다.

평소 물살이 정상이라면 이곳에 모래톱이 드러나고
바위 옆으로 맑은 강물이 흐르는 곳이지만
지금은 탁하고도 거센 물살에 모래톱은 흔적도 없었습니다.

낚시대에 줄 잇기부터 지렁이 바늘에 꽤기, 물린 고기 입에서 바늘빼기,
입 질할 때 시기놓쳐 뱃속까지 삼킨 바늘을 빼러 고기 배 갈르기, 등등...
완전 초보인 저를 위해 하하 웃으시며 세세히 일러주시는
섬진강 출신의 목사님(지금은 사람낚는 갈릴리의 어부이심)의 지도로 입문을 한 것이지요.

그런데 이 눈먼 낚시꾼의 손에 무려 8마리의 빠가사리와 눈치가 2시간 동안에 걸렸습니다.
한동안 빠가사리가 잘 안잡혔다고도, 매운탕의 귀족이 이 빠가사리라고도 하시더군요.
메기처럼 양식도 안하고 순전히 낚시꾼의 공급에 의지하는
그래서 값도 비싸다했습니다.
속으로 그 정도로 귀하면 낚시질만 잘해도 밥 안굶겠다는 얼치기 생각이 들었습니다.

옛날엔 이 강변에 어부가 많았다고 합니다.
그만큼 섬진강이 풍족한 먹을거리를 제공했었다는 이야기인 셈입니다.
이젠 자연산 참게와 재첩을 전국에서 제일 많이 생산한다는 이 강에서도
이 강물에 기대어 호구지책을 해결하는 어부는 거의 없다 합니다.
우리나라가 잘 살아서일까요.
아무리 상대적으로 다른 산업에 비해 경쟁력이 못미치는 직업이라 해도
숫자가 없으니 한두 사람이라도 살아남을 만도 한데 그렇지 못한 이유는  
이제 이 강이 많은 어부를 먹여 살릴 만큼 풍요롭지 않다는 것으로밖에 안보입니다.

어머니의 품을 떠난 자식처럼
근대화란 명목하에 다른 데에 먹을 것을 찾아 눈을 돌리고
어머니였던 강을 더럽힌 대가로 돌아온 것은
다시는 어머니의 풍요로움을 이젠 기억도 할 수 없는
아스라한 전설로 흘려보낸 일입니다.

만일 제가 수십 년 전에 이 자리에서 낚시를 했었더라면
오늘 얼치기 초보에 걸린 눈먼 고기보다 30배 60배,100배는 더 걸렸을지도,
그렇게 한없는 자연 어머니의 은덕에
고마운 해저녁 노을을 보았을 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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