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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지리마당>지리산 오두막 한 채를 꿈꾸다

최화수 프로필 [최화수 작가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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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리산 오두막 한 채의 꿈을 그만 접었을까요? 사실은 그 정반대였지요. 목통마을 선배 집에 대한 매매계약을 할 때만 해도 나보다 '우리들의 산' 산악회의 지리산 전진기지로 삼을 작정을 했었지요. 그것이 좌절된 뒤 나는 오히려 '지리산 오두막 한 채'를 마련하여 스스로 아주 눌러앉고자 하는 열병을 더 심각하게 앓았던 거지요.

1988년 8월 마지막 주말 나는 가까운 친구들과 치밭목대피소에서 하룻밤을 묵고 다음날 천왕봉에 올라 칠선계곡으로 하산했습니다. 그 날 산행의 이런저런 생각들이 졸저 '나의 지리산 사랑과 고뇌'에 실려 있습니다. 치밭목대피소를 출발하여 써리봉 암릉을 지날 때 시간계획에 쫓겨 허벅지겁하는 자신에 대한 한탄을 이렇게 써 놓았더군요

'어제 배낭을 꾸릴 때 초등학교 2학년 짜리 딸년인 똘랑이가 내게 거침없이 쏘아부쳤다.
"난 아빠 마음 다 안다. '다 때려치워뿌리고' 지리산에 가서 살고 싶은 거지?"
옆에 있던 제 에미가 꼬마의 말을 잽싸게 받았다.
"자알 한다! 어린아이 입에서 저런 소리가 나오게 하다니...!"
"아빠, 진짜 '다 때려치워뿌리고' 지리산에서 살 거야?"
꼬마의 확인 질문에 제 어미도 '확인 사살(射殺)'을 한다.
"그래, 네 아빠는 '다 때려치워뿌리고' 지리산에 들어간다는 게 18번 아니냐! 눈만 뜨면 그 소리, 잠자다가도 그 소리...!"
나는 너무나 귀엽고 사랑스런 딸년의 입에서 '다 때려치워뿌리고' 라는 말이 거침없이 흘러나오게 만든 자신이 부끄럽고 충격적이었다. 그러나 정말 죄다 그만두고 지리산 깊은 곳으로 숨어들고 싶은 나의 마음은 틀림없는 진실이요, 이제 병적(病的)일 정도의 절박함이기도 한 것이다.'

위의 글은 88년 여름 당시의 나의 마음 그대로입니다. 목통마을 오두막이 좌절된 것이 그해 봄이었지요. 그 뒤로 나는 산악회가 아니라, 나 혼자의 지리산 오두막을 강렬하게 희구한 것이 위의 글에서 드러납니다. '다 때려치워뿌리고' 지리산 깊은 곳에 들어가고 싶어했던 마음이 병적일 정도로 심각했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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