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느 누가 쫓아오나.
오라는 인 있던가.
거북과 토끼처럼
엉금엉금 쉬엄쉬엄
낙조의
몸을 이끌고
지리산 단독 종주길.
2.
의적 임걸 놀던 샘
임걸령을 지나서
노루목 날라리봉서
노을지자 밤길에서
두려움
잃어 버리고
넋 잃고 본 별 무리.
3.
반갑지 않은 태풍 만나
비 맞으며 벽소령 길.
사흘을 묶였다가
푸르 씻긴 밤하늘
그믐달
닮은 이 하나
새벽달에 취해 있소.
4.
총각이 아니라서
총각샘 지나치고
선비샘 찾아가서
엎드려 물 마시니
전설의
노인의 한은
소원처럼 풀렸는가?
5.
세석평전 물 마시면
자식을 낳는다고
마시던 전설의 여인이
피로 가꾼 철쭉 고개
굳어서
돌이 되도록
빌고 빌던 촛대봉.
6.
저녁 노을 지는 해
연하봉서 바라본다.
천칠백m 나무 사이
봉 너머 구름 밖
혼자만
보는 게 아쉬워
찍고 또 찍는 카메라.
7.
옛날에 마천 시천 인
만나던 새벽 장터목
천왕 일출 꿈꾸는 이
제석봉을 서두른다.
통천문
지났다해도
서둘러야 본다고.
8.
구름 뚫고 붉은 해가
불끈 솟아 오른다.
3덕을 쌓지 못해
그냥 솟구친 붉은 해.
구름 속
뚫고 솟은 봉
그런 일출 아니다.
9.
두 갈래 물줄기
바위 타고 흐르다가
*뚝- 뚝- 뚝- 뚝-
떨어지는 무재치기폭(瀑)
나그네
발길을 묶어
소리 구경에 취합니다.
10.
천년을 먹음고서
닦기고 흐른 세월
서재에 모셔다가
두고두고 보고 싶어
지리산
조각 돌 하나
고이 품고 갑니다.
11.
태풍에 떨군 다래
떨어진 밤송이로
가을을 먹으면서
개울 가 탁족(濯足)하다
보는 이
하나 없길레
몸을 씻고 간 대원사.